김부겸 대구시장 당선 가능성 점쳐지기 시작文 정부 마지막 총리, 당선 시 대권 주자로흔들리던 정청래 연임 명분도 동반 상승 향후 합당-전대 국면서 친명계 밀릴 가능성친명계선 경계-기우 목소리 엇갈리는 상황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회동 전 손을 맞잡고 있다. ⓒ뉴데일리DB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회동 전 손을 맞잡고 있다. ⓒ뉴데일리DB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구 탈환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의 속내가 복잡하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에서 기세를 올려 당선되면 친문(친문재인)계가 국민의힘보다 더 위협적인 여당 내 야당 입지를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친명계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2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 전 총리가 대구에서 당선돼 확장성을 가져갈 수 있다면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에 더 없이 좋은 일"이라면서도 "당청 갈등 구조가 계속해서 지적받는 상황에서 자기 정치를 위해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갈 텐데 그 점이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대구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영남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대구시민 8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구시장 여야 후보 간 1대1 가상 대결 지지도 조사 결과다. 김 전 총리는 최근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경선 후보 8명과의 가상 대결에서 모두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최대 험지이자 보수·우파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광역시에서 이러한 수치가 나온 것 자체가 야당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전 총리도 오는 30일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 김 전 총리와 서울 중구에서 만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구 선거를 이길 필승 카드는 김 전 총리 밖에 없다"며 "김 전 총리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해드림' 센터장이 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와 함께 친문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조국 조국당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김 전 총리를 향해 "몸과 마음이 힘들겠지만 꼭 대구시장에 출마해서 당선되길 빈다. 대구의 정치적 변화의 여파는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가 김 전 총리의 출마를 요청하는 기사와 과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김 전 총리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던 기사를 함께 공유했다. 

    조 전 대표가 공유한 기사에는 송 전 대표가 지난 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했던 말이 담겼다. 당시 송 전 대표는 "제가 지난 28일 대구에 가서 '김 전 총리한테 의존하지 마라. 본인이 싫다는 데 왜 그렇게 추대하려 하나. 그렇게 우유부단한 사람한테 왜 이렇게 의존하나'라고 했다"며 "더 이상 김부겸 추대론에 끌려다니는 모습은 대구·경북 발전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25년 1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DB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25년 1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DB
    공교롭게도 송 전 대표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로 국회 복귀를 노리고 있다. 의원 배지를 달 경우 5선을 했던 송 전 대표는 단숨에 차기 당대표 후보이자 친명계 좌장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친문 인사들의 '김부겸 띄우기'는 결국 지방선거 이후 복잡한 정치 일정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은 실제 지방선거 압승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여권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선거 이후 조국당과의 합당, 오는 8월에 열리는 전당대회에 더 쏠려 있는 모습이다. 

    당초 조국당과의 합당은 지방선거 전에 추진되다가 친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정 대표가 앞장서고 유튜버 김어준 씨가 지원했지만 결국 지방선거 이후 논의하기로 하고 휴전했다. 잠시 숨을 고르다 8월 전당대회 전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범친문'으로 분류되는 김 전 총리가 자신들의 우군이 될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합당과 8월 전당대회는 후보군의 이익과도 직결된다. 정 대표와 가까운 조국당 인사들과 당원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유입되면 결국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얻게 된다. 당장 당 지도부에도 조국당 출신 인사들을 배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12석으로 조국당의 규모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2022년 1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3석)이 합당할 때에도 최강욱 전 의원이 열린민주당 몫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합류했다. 합당이 성사되면 친문계 인사로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정 대표에게 큰 힘이 된다.

    여기에 김 전 총리의 대구시장 당선은 더욱 친문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서 대구시장 당선자를 낸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정 대표에 대한 책임론보다는 연임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민주당 역사상 당대표 연임을 한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 뿐이다. 연임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압승을 넘어 대구시장 당선은 정 대표에게 더없이 좋은 연임 도전의 명분이다.

    김 전 총리가 이 대통령과도 거리를 유지해왔다는 점,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라는 점도 호재다. 김 전 총리가 대구시장으로 당선되면 단숨에 차기 대권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몸값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로 당선된 대구시장의 임기는 2030년으로 이 대통령의 임기 종료 시기와 겹친다. 

    대통령의 인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질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김 전 총리도 적극적으로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 존재감을 과시할 여지가 생긴다. 이 대통령과 정치적 결을 같이 해야 경쟁력을 잃지 않는 친명계와는 태생적으로 다른 위치에서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 내 친명 인사들도 이런 점을 미래의 불안 요소로 꼽는다. 대구에서 김 전 총리가 자리를 잡고 민주당에서 친문계 인사들이 세력을 결집하기 시작하면 결국 여권 내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친문계로 불리던 인사들은 현재 구심점이 없을 뿐 생긴다면 또 급속도로 뭉쳐질 수 있다. 운동권 특유의 끈끈함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더라도 진영의 승리를 우선적으로 보자는 이 대통령의 큰 뜻과 일맥상통하기에 김 전 총리의 당선은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걱정은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그 때 하겠다"고 밝혔다.

    오히려 김 전 총리가 친문이 아닌 이 대통령과 결을 같이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도'와 '실용'을 표방하는 두 사람이 운동권 이념으로 뭉친 친문계 인사들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는 것이다. 

    비명계로 불렸지만 합리적인 발언을 해왔던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 부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를 맡던 시절부터 날을 세우며 비판에 앞장선 인사다. 2024년 총선에서는 공천도 받지 못하면서 이 대통령과 척을 지는 듯 했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장관급 요직을 맡으며 '뉴이재명'으로 거듭났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에도 대구에 대한 애정이 컸다. 험지에서 고생하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며 "김 전 총리는 아마 대구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공략 지점이 이 대통령과 더 잘 맞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으로 대구시를 살리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다음 행보에도 더 좋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