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뉴스타파 '정영학 녹취록' 공개… 곽상도에 50억 전달 정황김만배, 50억 클럽 명단 언급하며 "이게 60억?"… 정영학 "300억"유동규 "아들 문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 金 "형이 잘 할테니"
  •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가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가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김씨를 비롯한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정영학 회계사 등이 곽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전달하도록 모의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14일 공개됐다.

    MBC 'PD 수첩'은 '뉴스타파'와 협업해 김씨를 포함한 정 회계사 등이 이 같은 모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녹취록을 이날 밤 방송에서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 24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김씨는 정 회계사와 곽 전 의원에게 50억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50억 클럽' 의혹 명단에 있는 인물인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을 모두 언급하며 "이게 현재 60억이지?"라고 말하자 정 회계사는 "300억이죠"라고 답했다. 6명의 인물에게 각각 50억씩 지급한다는 것이다.

    김씨가 50억원을 어떤 방식으로 곽 전 의원에게 전달할지 고민한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 30일 분당 정자동의 한 노래방에서 녹취된 것으로, 대화자 가운데는 김씨와 정 회계사 외에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도 있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그거는 저기 저기, 그거는 그리 주면 되잖아요. 아들한테. 배당으로"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의 발언에서 '아들'은 곽 전 의원의 아들인 병채 씨로 풀이된다.

    김씨가 "그건데, 아들은 회사 막내인데 50억을 어떻게 가져가"라고 말하자, 유 전 본부장은 "(곽 전 의원은) 지금 현역이잖아요"라며 "그럼 정치자금법에 걸리면 문제가 될 텐데. 그게 제일 문제네"라고 고민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어 "아들한테 주는 수밖에 없어요"라면서도 "아들이 그렇게 받아갔다 그러면 나중에 아들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요"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김씨는 "그거는 형이 인제 기술적으로 잘 할테니까"라고 답했다.

    또 방송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5차 피의자신문조서에서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고 평소부터 말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2017년 경부터 곽상도, 박영수, 김수남, 최재경 4명에게 50억원 씩 줘야 한다고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또 '김씨가 병채 씨에게 지급한 퇴직금 50억원은 병채씨에게 주는 것인가, 곽 전 의원에게 주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곽 전 의원에게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사업에 큰 도움을 줬기 때문에 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곽병채에게 50억원을 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방송은 김씨와 박영수 전 특검과의 관계도 조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씨는 기자 시절 박 전 특검과의 친분을 쌓았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내가) 허OO, 김OO 때문에 왔다 그랬더니 (박 전 특검이) '너 이 XX야 나하고 형 아우 하기로 했으면서 이렇게 어려울 때 찾아와서 기사 쓰려고 하는 게 형제냐 이 XX야' 이러더라고. 형 아우 하기로 한 적도 없는데"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그래서 내가 '아 형님 알겠습니다. 제가 잘 정리하겠습니다.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서 그때부터 형님 아우까지 간, 그렇게 된거야"라고 강조했다.

    한편 '50억 클럽' 의혹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 김씨가 전직 법조계 인사들에게 50억원을 대가로 준 것이 핵심이다. 곽 전 의원을 포함해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이 이름에 올라 있다.

    이 가운데 곽 전 의원만 기소돼 1심 판단을 받았지만, 지난달 8일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