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8개 죄명 중 1700만원 횡령 부분만 유죄 인정국민의힘 "위안부 할머니 상처 비하면 형량은 '깃털' 수준"법조계 "해당 판결 존중하거나 납득할 국민 아마 없을 것"이용수 할머니 "이미 할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윤미향 "검찰 무리한 기소 밝혀져… 유죄 부분은 항소 예정"
  • ▲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 직후 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 직후 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0일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50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기소된 8개 혐의 중 '법인·개인 계좌에 보관하던 자금 가운데 1700만여 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사실'만 인정했다. 하지만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모집한 혐의 등은 모두 무죄로 판단하면서 오랜 세월 고통 받아온 할머니들이 다시금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쓰여야 할 돈에 손을 댄 건 도덕적으로 큰 지탄을 받을 사안"이라며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범죄"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문병찬)는 이날 보조금관리법 및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과 배임, 사기와 준사기, 지방재정법 및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6개 혐의, 8개 죄명으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법원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법인 계좌와 개인계좌에 보관하던 자금 가운데 170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의원이 후원금을 개인계좌 등에 보관하면서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금을 관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처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후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시민이 십시일반 기부한 금액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누구보다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었던 만큼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재판부는 기부금품법 위반과 준사기 등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함께 기소된 정의연 전 이사이자 정대협 전 상임이사 김모 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국힘 "윤미향 형량, 깃털만큼 가벼워… 가슴 칠 노릇"

    국민의힘은 이날 양금희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입으셨을 피해와 마음의 상처에 비하면 윤 의원의 형량은 깃털만큼이나 가볍다"고 지적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조속한 판결로 죗값을 받아야만 하는 윤 의원은 오늘 1심 선고가 나오기까지만도 기소 이후 2년 5개월 가까이 소요되었고,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재판이 대법까지 진행된다면 남은 21대 국회의원의 임기를 모두 마칠 가능성마저 매우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이는 더딘 재판 진행 상황 탓에 윤 의원이 국회의원 임기를 모두 마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또 양 수석대변인은 "오랜 세월 고통받아온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모금된 돈을 내 주머니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보조금으로 지급된 나랏돈까지 빼먹은 파렴치 범죄임에도 기소된 지 13개월 만에야 재판이 열렸으니 가슴을 칠 노릇"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윤 의원의 항소 의사 소식을 거론하며 "국회의원이 되기 전이나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나 한치도 변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 등, 민주당 인사가 연루된 사건의 재판은 하염없이 지연됐다"며 "윤미향 의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됐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어 "윤미향 의원은 무늬만 무소속이지 민주당 의원처럼 활동하고 있다"면서 "양곡관리법 본회의 직회부 날치기도 윤 의원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올해 9월에 끝난다고 언급하며, "정치화된 사법부가 정치와 결별하고 법치주의 최후 보루의 모습을 하루빨리 되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국민 법 감정에 반하는 판결… 윤 의원, 위안부 할머니들께 사죄해야"

    법무법인 홍익의 이헌 변호사는 "재판이 그간 어떻게 진행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재판지연이 굉장히 심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국회의원까지 됐는데, 국민 법 감정에 반하는 판결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아마 문재인 정권 시절의 검찰이 이 문제를 기소하다보니 공소유지도 제대로 못하는 등 수사상 미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측에선 항소심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업무상횡령죄로도 국회의원으로서 당선무효가 될 징역형이 선고됐어야 할 것"이라며 "이 판결을 존중하거나 납득할 일반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야당 측 의원직을 유지시켜 준 정치적 판결"이라며 "윤 의원은 국민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면 국회의원직을 당장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도 유죄로 드러났으니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 앞에 (윤 의원이) 석고대죄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의원 관련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5)는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해 "이미 할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미향, 선고 후 화색… "횡령 혐의도 항소할 것"

    윤 의원은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참혹한 이 시간을 어서 끝내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님들과 함께 만들어온 따스한 정의가 법정에서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검찰의 부당한 기소로 가족과 주변 모두 극심한 고초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윤 의원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대부분 무죄로 밝혀졌다. 약 1700만원에 해당하는 횡령금은 유죄로 인정이 됐지만 그 부분도 횡령하지 않았다"며 "남은 항소 절차를 통해 유죄로 인정된 부분도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