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측, "박 대표를 조심하라"는 문재인 과거 발언 관련 기사 제시檢 "보도를 진실인 양 전제하는 건 부적절"… 사업가 朴씨 "호도 말아라"李 "5억 갚았더니 또 7억 요구"… 朴 "이자·현금까지 치면 7억3000만원"
  • ▲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빌미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2년 9월3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빌미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2년 9월3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사업가 박모 씨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인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총장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지난 기일에 이어 사업가 박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부총장 측 변호인은 증인석 바로 앞까지 나와 직접 박 씨와 눈을 맞대고 질의를 시작했다.

    변호인은 박 씨와 관련한 과거 기사를 증거로 제시했다. 2008년 보도된 해당 기사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으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에게 "박 대표를 조심하라"고 한 내용이다.

    여기서 '박 대표'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사업가 박 씨다. 이같은 조언을 들은 송 신부는 이후 박 씨와의 인연을 끊었다고 전해진다.

    변호인이 본격적인 신문에 앞서 이 전 부총장에 대한 박 씨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이에 검찰은 "언론 보도를 증거로 제시하고 질문하는 것에 이의는 없으나, 보도를 진실인 것처럼 전제해 질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박 씨도 "없는 얘기를 있는 것처럼 호도하지 말아달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변호인은 또 박 씨가 과거 부당대출 등 혐의로 서울교도소에서 약 4년간 복역한 기록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차례 고성 오가기도… 이정근 "순 사기꾼, 뻔뻔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전 부총장은 박 씨로부터 수십번에 걸쳐 9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비용 명목으로 3억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 전 부총장 측은 로비가 아닌 단순 채무관계라는 입장이다. 박 씨에게 7억원가량을 빌린 뒤 5억을 갚은 상태임에도 박 씨가 이자 등을 이유로 다시 7억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박 씨는 이 전 부총장에게 돈을 주며 부탁한 청탁들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자 돈을 도로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박 씨는 "나도 이자는 받아야죠. 땅 파서 돈 줍니까? 이자에 현금까지 정산해서 7억3000만원이다. 이게 팩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변호인은 "7억3000만원 중 계좌이체로 갚은 게 5억3000만원. 차익이 2억원인데 이자가 아무리 많이 붙는다고 7억원을 청구할 수 있냐"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박 씨는 "현금으로 준 것도 있고, 5억3000만원 중 1억원은 내 돈 주고 다시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박 씨의 거듭된 진술에 변호인도 흥분하며 수차례 고성이 오가는 모습이 연출됐다. 검찰 측은 변호인이 다소 자극적인 질문으로 박 씨를 자극한다며 재판부에 중재와 휴정을 요청했다.

    이 전 부총장도 "인간이 아니야" "말도 안 된다" "뻔뻔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순 사기꾼" 이라는 등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다. 과열된 법정 분위기에 재판부는 10분간 휴정을 선언했다.

    지난 20일 박 씨는 "이 전 부총장이 빨대 꽂고 빠는 것처럼 돈을 달라고 했다"고 작심한 듯 폭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