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위기 대응 위해 '컨트롤 타워' 일원화 필요
  • 최근 카카오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빚은 먹통 사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시스템 이중화와 위기 대응 조치 부실을 인정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언급했다. 그간 이윤 극대화에 넋을 잃고 위기 상상력은 언감생심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애초 관심 밖이었음을 자인하는 모습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는 독점적 지위의 부가통신 사업자가 SNS의 개방성·확장성·대중성·소통성을 무기로 국민을 가두리에 가두고 부작위(?)로 발생한 사회재난이다. 카카오, 네이버 등 대형 포털기업의 정치권 로비로 부가통신사업보호·규제 관련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무산된 것도 사고에 한몫을 보탰다. 2018년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경종이 울렸던 초연결사회의 재난 취약성 재인식과 아울러 민간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정부의 규제는 어디까지가 적정한가? 자성하게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상생공영을 넘어 국가안보와 상관성에 대한 인식의 새싹이 돋고 회자(膾炙)되기 시작한 점은 고무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CEO 안전경영과 위기 상상력 배양이다. 카카오 사고 직후 CEO는 “이런 화재 발생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사적 위험 관리 책임자의 충격적 발언은 경영인이 공익은 외면하고 오로지 사익 추구에만 치중했다는 반증(反證)이고, 반사회적 발언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공공성을 망각하고 효율성에 집착하는 기업의 업무 연속성 유지계획(BCP)은 상생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9.11테러 당시 모건 스탠리가 본사 데이터를 잃고도 사전 구축한 업무이중화(Fail over)시스템 덕분에 이튿날 업무 재개를 했다. CEO 위기 상상력은 기업도산 방지와 상생공영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둘째,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오늘날 ESG경영은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업의 존속과 직결된 이윤 추구 활동 이외에 법령·윤리준수, 이해관계자의 요구 같은 비재무적 요소의 조화와 협업에 의한 상생은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더욱이 21세기 초연결사회는 각 부문 간 복합적 상호 의존성(Complex interdependence) 심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크고 중요해졌다. 민간기업도 공공성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게 경영 환경이 바뀐 것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기업의 재난사고는 사회적 책임 방기와 다름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한 대기업에서 우리 사회에 헌신한 이들에게 의인상을 수여하는 일이 존경 받아 마땅한 이유다.

    셋째, 민간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오늘날 반도체, 배터리, 5G, 인터넷 기반 플랫폼 서비스 등의 보호는 기업 홀로하기엔 벅찬 일이다. 현대사회의 쌀이라 불리는 기술과 서비스는 국가안보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국가 핵심 기반의 보호 대상에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다. 국가 핵심 기반은 전·평시 국가안보, 경제,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시설, 체계, 기능으로 북한의 특작부대·드론·GPS교란·EMP탄·테러 대상이 된지 오래다. 이들의 사이버 공격은 정부부처·공기업·사기업을 불문하고 자행해 오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추동하고 국가안보를 위해 국가 핵심 기반의 지정 대상 확대는 변화된 시대 환경에서 자연스런 일이다.
  • ▲ 정찬권 숭실대대학원 겸임교수.
    ▲ 정찬권 숭실대대학원 겸임교수.
    마지막으로 국가 핵심 기반 소관 기업과 정부의 통합위기대응체제 구축이다. 현재 국정원, 국방부, 행안부, 과기정통부로 나누어진 분산관리체제는 유사시 통합 대응 제한은 물론 평소 운용·보호관리 등에서 여간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더욱이 민간기관과 협업은 법·제도적 한계로 인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부조리를 해소하고 유사시 통합위기대응의 뒷받침을 위해 가칭 ‘국가핵심기반 보호법’ 제정과 가칭 ‘국가핵심기반관리청’ 신설이 필요하다.

    컨트롤 타워 일원화는 업무총괄조정·통제와 민관협력 그리고 신속한 위기 대응 조치에 필수적이다. 영국이 9.11테러를 계기로 2007년 국가핵심기반조정센터(NISCC) 등 3개로 분산된 조직을 국가핵심기반보호센터(CPNI)로 통합하여 효율성을 높인 사례는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

    안보 환경 변화에 뒤쳐진 법·제도와 고정관념은 일관성이라는 가면을 쓴 확증 편향이 국가안보를 좀먹는 암적 존재와 같다. 팩트가 달라지면 기존 패러다임과 행동을 바꾸는 게 옳다. 제2의 카카오 먹통 사태 방지는 4차 산업혁명 기술·서비스의 이해와 발 빠른 적응이 답이고 지름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공동체 상생과 국가안보의 주춧돌이자 최상의 후생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