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대장동 관련 자료, 정영학이 윤영찬에게 넘겼다고 들어" 진술 개딸 "이재명을 친 건 이낙연" 카드뉴스 유포… 민주당 '명낙대전' 우려
  • ▲ 남욱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남욱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 남욱 변호사의 입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폭로와 계파 갈등을 촉발시키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남욱 말 한마디에… 친명·친낙 대립 격화

    '대장동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남 변호사는 지난 5일 법정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대장동 개발 비리와 관련한 의혹이 담긴 자료를 민주당 윤영찬 의원에게 넘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자료를 넘겼다는 시기는 지난해 9월 이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후보 자리를 놓고 경선에서 맞붙었던 시기다. 윤 의원은 당시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 정무실장을 맡았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관련 의혹뿐만 아니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집중추궁하던 때였다.

    남 변호사의 법정진술이 알려지면서 이재명 대표의 극단적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들은 '이재명을 친 건 이낙연'이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유포했다. 

    이에 윤 의원은 "남욱 변호사의 법정진술을 기점으로 다시 거짓된 내용이 확산되고 있다"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 내부에서 '명낙대전'이 다시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명낙대전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와 이낙연 캠프 간의 다툼을 일컫는 말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9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남욱이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낙(친이낙연)계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물며 친낙계 일부는 이재명 대표를 향한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대선 패배 이후 이재명 대표를 향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이재명 대표의 인천 계양을 출마와 당권 도전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이들이 친낙계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민주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분당설'도 계파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는 모습이다. 분당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지만 일각에서는 "분당 가능성은 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8일 여론조사공정㈜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인한 민주당 분당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44.8%가 "분당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남 변호사의 발언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응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 이상민 행안부장관 해임건의안과 예산안 처리 등이 시급한데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이재명, 남욱 직접 언급하며 "검찰이 연기 지도"

    그러나 정작 이재명 대표는 지난 7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직접 남 변호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남욱이 연기를 하도록 검찰이 아마 연기 지도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검찰의) 연출 능력도 아주 낙제점"이라고 언급했다.

    남 변호사가 최근 재판에서 대장동사업 민간 지분의 30%를 차지하는 '천화동인1호'를 두고 "이재명 측 지분이라는 것을 김만배 씨에게 들었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재명 대표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남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비꼬며 "캐스팅하신 분께서 '발연기'를 지적하셔서 너무 송구스럽다"고 맞받아쳤다. 남 변호사의 이 발언은 대장동사건의 중심에 이재명 대표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남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 부담으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조차 열지 않은 이재명 대표가 남 변호사를 언급하면서까지 검찰을 비판한 것은 다소 감정적인 대응으로 보였다. 이 발언은 회의 종료 직전에 나왔고 예정에 없던 즉흥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5일에도 당 최고위원회 회의가 끝날 무렵 "제가 웬만하면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입을 뗀 뒤 "지금 검찰이 창작능력도 의심되기도 하지만 연기력도 형편없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당시 이 발언도 예정에 없던 발언이었다. 전날 검찰이 이 대표와 가족의 계좌 추적에 나섰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작심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원욱 "이재명, 개딸들 공격 중지시켜야"

    한편, 비명(비이재명)계로 꼽히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개딸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이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대선 경선 때 이낙연 후보를 도왔던 윤 의원에 대한 남욱 변호사의 진술이 나오자, 그 말은 개딸들로 대표되는 정치 훌리건에게는 사실이 됐다"며 "이 대표께 말씀드린다. 개딸들이 윤영찬 의원을 공격하는 모습이 정상이라 보는가. 아니라면 즉시 중지하라고 말씀하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남 변호사의 말을 다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른바 이 대표 팬덤인 개딸들께서 잘 아실 것"이라며 "남 변호사의 말이 모두 진실이라면 최종적 결론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남 변호사를 믿지 않던 이들이 윤영찬 의원 관련 진술은 곧이곧대로 믿는 이중성을 꼬집은 것이다. 

    이 의원은 "남 변호사의 말이 유일한 증거인, 그러나 당사자는 사실무근이라는 내용에 대해 사실로 낙인찍는 모습은 민주당이 사당화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목소리는 없지만 풍찬노숙을 견디며 민주당을 지켜온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민주당에 대한 뜨거운 애정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