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5년 전부터 이태원 보도 위험성 지적 및 개선 권고이태원 보도, 최소 기준치 1.5m에 훨씬 못 미치는 50cm文정부, '보행자 과밀' 지적에도 안일한 대응에 참사 불러
  • ▲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인근의 보행로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 정부 보고서가 수년 전부터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 원인으로 좁은 통로로 인한 보행 과밀현상과 보행자 병목현상이 지목되고 있는 만큼 과거 보고서를 무시한 지난 정부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2017년 1월 '보행권과 미관을 고려한 보도 시설물 설치 및 관리 개선방안 마련 연구'라는 보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당시 국토부 용역을 받아 수행한 연구소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토연구원에 달린 국책연구소로, 해당 연구에는 이태원 지역의 보행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 시내 보행권 침해지역과 실태 파악과 대안이 담긴 보고서에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와 보광로 일대 보도를 검토한 내용도 담겼다.

    이태원로는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부터 이태원역을 지나 한강진역으로 이어진다. 즉,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을 관통하는 도로다.

    보광로는 한강 북단의 보광삼거리부터 해밀톤호텔까지 종으로 닿아 있다.

    연구소의 검토 결과 이태원로와 보광로 보도 폭은 기준치보다 현저히 미흡하거나 간신히 충족했다. 도로법상 도로구조규칙은 보도 폭을 최고 2m, 불가피한 경우에만 1.5m로 규정했다.

    그러나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로의 보행영역은 최소 1.8m에 불과했다. 최대 3.8m인 곳도 있었으나, 최소영역의 경우 성인 남성(평균 어깨너비 40cm 기준) 네 명이 나란히 겨우 내려올 수 있는 규모다.

    해당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많은 유동인구 ▲지하철 환기구 등 대형 시설물 ▲후퇴부(건축법상 도로에 인접한 대지에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최소한으로 확보해야 하는 공간) 규정 미비로 인한 상점의 보도 활용 및 점유 등을 지적했다.

    이들은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당시 문재인정부는 이 같은 지적을 5년간 방관한 채 무방비 상태를 유지한 것이다.

    연구소는 '인도에 설치된 환기시설을 보도로 확장해 보행공간을 늘릴 수 있다. 이렇게 시설물 영역을 1.5m로 줄이면 보행영역을 2m 이상으로 넓힐 수 있다'며 구체적 개선안 역시 제시했다.

    보고서에는 해밀톤호텔과 닿아 있는 보광로의 열악한 현실 역시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보행영역이 최소 0.5m에서 최대 1.2m로, 도로법에서 정한 보도 폭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광로 역시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데 통행로 폭은 심각한 수준이고, 전봇대와 가로수가 번갈아가며 통행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며 통행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후퇴부 규정이 없다는 내용도 언급되는데 이는 이태원로에서도 지적된 부분이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보도확장기법을 활용해 시설물 설치 공간을 집중시켜 보행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그러나 보고서 작성 이후 해당 보도의 폭을 넓히거나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작업을 실시하지 않았다. 참사 발생 5년 전부터 전문가들은 해당 보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구체적 대응방안까지 제시한 것이다.

    이에 국민 혈세를 들여 연구용역을 실시했음에도 지적받은 사항을 검토하지 않고 묵인한 만큼 보여주기식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