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뉴스데스크, 안전은 뒷전‥ 홍보에만 치중""참사 현장 모습 반복 방영… '국민적 트라우마' 양산"
  • ▲ 지난 28일 이태원 핼러윈데이를 홍보하는 뉴스를 방영한 MBC '뉴스데스크'.
    ▲ 지난 28일 이태원 핼러윈데이를 홍보하는 뉴스를 방영한 MBC '뉴스데스크'.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 28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에서 안전 문제에 대한 비판적 접근 대신 이태원 핼러윈데이를 홍보하는 뉴스를 방영해 사실상 이태원 인파 운집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MBC 내부에서 제기됐다.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30일 <이태원 핼러윈 '10만 인파' 하루 전 중계 MBC..'안전 불감증' 반성해야>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전날 뉴스데스크는 앵커부터 핼러윈 '노 마스크 축제'를 홍보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중계 화면 가득' 빽빽한 인파 보여주면서 행사 홍보"


    MBC노조에 따르면 이날 뉴스데스크를 진행한 성장경 앵커는 <마스크 벗고 축제 거리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소개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전히 해제된 뒤 맞는 첫 핼러윈데이에 많은 사람이 서울 이태원으로 향하고 있는데요"라고 언급한 뒤 "경찰도 혹시 모를 사건·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보다 경비 병력을 늘려, 순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로 경찰이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계에 나선 취재기자 역시 "경찰은 금요일인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태원을 찾을 것으로 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사흘간 200여명 이상의 경찰관이 이태원 거리 곳곳에 배치돼, 불법촬영과 강제추행 등의 범죄를 단속할 예정입니다" "구청도 긴급 대책반을 가동하고, 방역과 시설물 안전 점검을 강화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경찰과 구청이 사건·사고 방지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MBC노조는 "그러나 화면 속에 비친 이태원 거리는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한 인파로 가득했다"며 "골목마다 더 사람이 올 경우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누구나 인식할 수 있었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비판적 접근은 없었다"고 해당 뉴스의 맹점을 짚었다.

    "뉴스데스크는 오히려 '금·토·일 사흘간 200여명의 경찰관이 이태원 거리에 배치돼 범죄를 단속한다'고 방송해 사람들이 방심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금요일 뉴스데스크는 10만 인파가 몰릴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중계 뉴스를 통해 경찰 인력과 구청의 대비까지 취재를 마치고, 홍보성 뉴스를 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안그랬다면 이렇게 대놓고 홍보성 뉴스 중계를 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라고 추정했다.

    "지난 28일, '주말 사흘간' 이태원 생중계 여부 타진"


    또한 MBC노조는 지난 금요일 편집회의에서 뉴스데스크가 핼러윈데이 축제를 금·토·일요일 사흘간 중계하는 계획을 세워, 생방송뉴스파트장이 이를 '중계 PD'들에게 전달했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언급했다.

    MBC노조는 "이 같은 안을 들은 중계 PD들이 '우리나라 고유 축제와 문화도 아닌 것을 뉴스데스크에서 사흘 연속으로 중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내, 지난 금요일에만 핼러윈데이 축제를 중계한 것"이라며 핼러윈 행사를 홍보하는 데 급급, 과도한 인파를 이태원으로 불러들이는 데 일조한 뉴스책임자들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뉴스데스크가 사고 직후 30일 새벽부터 24시간 특보를 지속하면서 참사 당시의 현장음과 화면을 수백번 반복적으로 방영해 '국민적 트라우마'를 만들어 낸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MBC노조는 "이러한 보도 방식을 당장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31일 MBC는 '지난 28일 편집회의에서 뉴스데스크가 핼러윈데이 축제를 사흘간 중계하는 계획이 나왔다'는 MBC노조의 주장에 대해 "이태원 핼러윈 축제 생중계 아이템은 28일 금요일 하루 발제 됐다"며 "생방송뉴스파트장 J모씨가 '축제가 3일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니 혹시 모를 생중계에 대해 인지를 하라. 주말에 중계가 생길 수도 있다'고 중계 PD들에게 전달했고, 이에 중계 PD 중 한 명이 '연속으로 중계하는 것은 과도하지 않나?'라고 답했다"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이에 "금·토·일요일 연속으로 핼러윈 축제 생방송을 기획한 것은 아니"라고 MBC는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