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 국회 권위 부정하고 야당 말살하겠다는 의지 드러내"민주당 의원들, 로텐더홀서 "야당탄압 중단하라" 피켓시위국힘 "헌정사의 비극… 민주당, 스스로 국민의 대표임을 보이콧"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부하고 끝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국무총리 대독 없이 대통령이 직접 나선 시정연설에 제1야당이 전원 불참하며 전면 '보이콧' 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이에 국민의힘은 "헌정사의 비극"이라고 개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어제(24일) 국정감사 마지막 날 제1야당의 중앙당사가 침탈 당한 폭거가 발생했다. 국회의 권위를 부정하고 야당을 짓밟는 것을 넘어 말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개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24일 오전 8시45분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무실로 검사와 수사관 등 17명을 보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2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약 2시간10분 동안 김 부원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김 부원장이 사용한 PC에서 파일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반복되지 말아야 할 참혹한 현장을 국민과 언론도 똑똑히 지켜봤다"며 "특히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사태는 정상적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정치도의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해 엄중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전면 거부한다"며 "우리는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대통령 연설을 직접 방해하는 행위보다는 더 정제된 방식으로 항의를 표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시정연설의 조건을 헌정사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 중 국제 외교현장에서 우리나라 야당을 향해 비속어로 공격한 적이 헌정사에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공개석상에서 종북 주사파를 운운하며 협치 불가를 선언한 것도 군부독재 시절에도 들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한 박 원내대표는 "민주화 이후 제1야당 당사에 대해 국정감사 중 침탈 역시 유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헌정사에 초유의 기록을 남기고 있는 사람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라고 맹폭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당 의원총회를 마친 뒤 "민주당 의원 전원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윤 대통령 도착 전까지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시위를 이어가고, 윤 대통령 입장 때는 엄중하고 절제된 침묵시위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정연설을 위해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면 그때부터 (민주당은) 예결위 회의장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통해 규탄대회를 이어가고, 대통령 퇴장 후 다시 마무리 규탄대회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원총회를 마친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 9시30분쯤 국회 로텐더홀 계단 앞으로 자리를 옮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주도에 따라 "민생 외면 야당 탄압 윤석열정권 규탄한다" "국회 모욕 막말 욕설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의원들의 손에는 "국회 무시 사과하라!" "야당 탄압 중단하라" "'이xx' 사과하라!" 등의 피켓이 들려 있었다.

    윤 대통령이 오전 9시40분쯤 국회 본관에 입장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을 유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사전 환담을 위해 국회의장실로 들어가자 의총이 진행될 예결위 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의 시정연설 불참에 "또다른 헌정사의 비극"이라고 한탄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시정연설 보이콧은 스스로 국민의 대표임을 보이콧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양 대변인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오늘 시정연설 보이콧의 이유에 대해 자문자답해야 한다"며 "과연 이재명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 '방탄막이'가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까지 포기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 김 부원장을 체포했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4~8월 민주당 대선경선을 앞두고 '대장동 일당'으로 불리는 남욱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으로부터 8억4700여 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돈이 이 대표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