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A국장, 北 '아태평화委' 리종혁 인터뷰… 석달뒤 '아태평화協'에 1000만원 송금"아태평화協, 북한코인 투자자 100명 모아…'특별 관리' 명단에 공영방송 간부 포함"A국장 "빌려준 돈 코인으로 받아"… KBS노조 "잘 알지 못하는테 1000만원 빌려주나"
  • ▲ 지난 6일 JTBC가 아태협이 발행한 북한 관련 코인에 남북교류행사에 참석한 공영방송국 간부도 투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지난 6일 JTBC가 아태협이 발행한 북한 관련 코인에 남북교류행사에 참석한 공영방송국 간부도 투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대북교류단체가 사실상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한 '대북 코인(APP427)' 사업에 KBS 고위급 간부가 투자자로 참여한 의혹을 폭로한 KBS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이 이 사건을 대북 제재 위반 사례로 간주, 미국 국무부에 신고하고 감사원에 국민감사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배포한 성명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전한 KBS노조는 "해당 간부가 코인 발행 단체 회장에게 1000만원을 건넨 이후 코인 20만개를 지급받은 사건은 단순 투자나 대여가 아닌 북한을 대상으로 한 '송금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며 "당시 KBS 남북교류협력단장이었던 KBS C감사와 대북 코인을 수수한 A국장(당시 KBS 남북교류협력단 팀장), 지휘 계통에 있었던 김의철 KBS 사장(당시 보도본부장) 등에 대한 국제적 사법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KBS 간부, 대북코인 투자 의혹‥ 美 국무부에 신고"

    "미 국무부는 대북 제재 위반 사례를 제보할 수 있는 별도의 웹사이트(DPRKrewards.com)를 운용 중"이라며 관련자 전원을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신고할 계획을 밝힌 KBS노조는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정권에 불법적인 수법으로 현금과 물자를 지원하는 경우 관련자는 물론 관련 기관까지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사실 관계가 확인되면 개인과 기관(KBS) 모두 국제 신용도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노조는 "또 KBS가 위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KBS아메리카 등 관련 기관의 국제 사업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며 "변호사 자문 등을 거쳐 이 사건에 대한 국민감사도 감사원에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노조는 "국민감사 청구를 통해 KBS 남북교류협력단의 예산이 어떻게 대북 사업과 연관됐고, 이 과정에서 불법·위법·탈법적인 사례가 있었는지 밝혀지길 바란다"며 "만일 북한으로 KBS의 예산이 흘러 들어가 국제법과 국내법을 위반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면,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인 심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北 리종혁'과 단독인터뷰… 3개월 후 1000만원 송금

    KBS노조에 따르면 A국장은 2019년 7월 대북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와 경기도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공동 개최한 남북교류행사(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는 북한 고위급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는데, 당시 KBS는 북한 최고위 인사인 리종혁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단독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는 2019년 7월 25일 KBS '뉴스9'를 통해 방영됐다.

    이후 A국장은 2019년 10월쯤 1000만원을 아태평화교류협회 B회장에게 전달했다.

    이 같은 송금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자 A국장은 "당시 B회장의 요청으로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BS노조는 "공영방송사 국장급 기자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생활비조로 생돈 1000만원을 넙죽넙죽 빌려 주는 사례가 그리 흔한 일이냐"며 "알다가도 모를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A국장 "1000만원은 대여… 코인으로 대신 상환 받아"

    지난 6일 A국장의 수상쩍은 행보를 단독보도한 JTBC는 "2020년 대북 관련 코인을 발행한 아태평화교류협회의 투자 내역서를 살펴본 결과 '특별 관리 투자자' 명단에 공영방송사 간부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JTBC는 "당시 아태평화교류협회는 투자자들에게 '북한에 현금을 보낼 수 없으니 코인을 발행한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투자자는 100여 명, 투자액은 1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JTBC는 "'RISK'라고 적힌 명단 비고란에 공영방송사의 이름이 눈에 띈다"면서 "해당 방송국의 간부로 파악된 이 투자자는 코인 20만개를 지급받았다고 씌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A국장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아태평화교류협회 B회장은 JTBC 취재진에게 "그거 투자한 사람이 아닙니다. 누구인지 알겠는데 그거 나한테 돈 빌려준 것입니다. 내가 일본 갈 때 돈 없다고 저한테 돈을 1000만원인가 얼마를 빌려 줬습니다"라며 A국장의 코인 투자설을 부인했다.

    A국장은 취재진에게 "당시 KBS 남북교류협력단 팀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해 리종혁 부위원장의 인터뷰 보도 경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A국장은 "2019년 10월 B회장의 요청으로 1000만원을 빌려 준 뒤, 지난해 7월 B회장이 1000만원을 코인으로 대신 갚겠다고 해 받은 것일 뿐 투자 목적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