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尹 대통령 '비속어 영상' 제작·전파 경위 폭로"연보흠 국장이 소속 부장·기자 제치고 직접 영상 만들어""발언 불분명한데 '바이든' 자막 삽입…제작 배경 의심돼""악의적으로 반복 씽크 넣어 제작…윗선 지시 가능성 커""기자 단톡방에 'A기자가 조롱워딩 나온다고 말함' 글 돌아"
  • ▲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비속어가 담긴 윤석열 대통령의 '사적 발언'을 최초로 공개한 MBC 유튜브 영상을 MBC 디지털뉴스룸 국장이 소속 부장이나 기자를 건너뛰고 직접 제작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MBC 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은 27일 '왜 디지털뉴스룸 국장이 직접 나섰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언론에서 처음 공개된 MBC 유튜브 [오늘 이 뉴스]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제하의 1분 12초짜리 동영상은 MBC 연보흠 디지털뉴스룸 국장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오늘 이 뉴스] 코너는 디지털뉴스제작팀이 만들어왔으며 부장과 팀원 등 3명의 기자가 있는데도 직접 국장이 제작을 하겠다고 나섰고 영상편집자를 불러 편집을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디지털뉴스룸 관계자에 따르면 연 국장이 이 동영상을 제작할 때 편집자에게 여러 차례 '확실히 국회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로 들리는지 물어보고는 편집자가 '그렇게 들린다'고 답하자 제작을 완료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통령과 관련된 중요한 동영상을 편집하면서 발언 내용이 불분명하면 소음을 제거하거나 재생속도를 늦추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확인했어야 하는데도, 연 국장이 사내 신분 차이가 큰 영상편집자의 동의를 구해 단정해버리고 자막까지 삽입한 것은 무모하고 그 의도가 의아한 대목"이라고 지적한 MBC노조는 "본사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단신 1보도 쓰지 않는 사안을 왜 디지털뉴스룸 국장이 직접 유튜브를 통해 보도하기로 결정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MBC노조는 디지털뉴스룸국장에게 제작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보도본부장과 사장 즉 '경영진' 밖에 없다며 연 국장이 '윗선'의 지시로 이 같은 영상을 제작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MBC노조는 "대통령의 자격을 논할 만큼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정식 언론'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유튜브 채널을 선택해 악의적인 반복 씽크를 넣어 보도하도록 결정한 사람은 누구냐"며 "아무리 연 국장이 평소에도 가끔 제작에 나선다고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통합뉴스룸에서 정론으로 다루지 않고 유튜브에 먼저 동영상을 올린다는 판단은 연 국장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문제의 영상을 촬영한 기자와 문제의 발언을 신속하게 파악해낸 기자,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가장 먼저 보도한 곳이 모두 MBC였다"며 해당 영상과 발언 내용이 보도 전 유출된 경위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앞선 성명을 통해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현장 촬영을 담당한 MBC 박종일 기자(카메라기자)가 MBC A기자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기자가 소음 섞인 현장 녹음을 잘못 해독해 본사에 보고하면서 오보 사태가 시작됐다고 밝힌 MBC노조는 "정치부 기자들의 단톡방에서는 'MBC A기자가 타사 취재기자들에게 뒷부분에 바이든 조롱 워딩이 나온다고 말했다고 함' '보통 취재기자들은 영상 전체를 보지 않기 때문에 다들 모르고 있다가 MBC A기자의 말을 듣고 뒤늦게 찾아봤다고 함'이라는 '받은글'이 돌았다"고 폭로했다.

    MBC노조는 "정치부 기자들의 단톡방에서 소위 '조롱 워딩'에 대한 '받은글'이 돌고 있을 때(오전 7시 40분에서 오전 8시 전후) 지라시와 해당 부분만 잘라서 편집한 영상(반디캠 편집프로그램으로 편집한 영상)이 순식간에 퍼졌는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라시와 영상을 받은 시각이 용산에 남아있던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받은 시각보다 더 빠르거나 비슷했다"고도 밝혔다.

    "'영상카메라 풀기자'가 촬영한 내용을 '취재 풀기자'가 개입하거나 각사에 서비스할 의무는 없다"면서 "누가 어떤 워딩으로 대통령의 발언을 유포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은 MBC노조는 "A기자가 △대통령 워딩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취재기자 풀취재단에 포함됐는지 △유포했는지 △유포했다면 어떤 워딩으로 유포했는지 △글로만 유포했는지 아니면 씽크 동영상을 편집해 메신저로도 유포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다른 언론사들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 전까지 엠바고를 받아들인 상황이었는데, MBC는 어떤 과정을 거쳐 미리 동영상을 만들기로 했는지 의문"이라며 "혹시 엠바고를 우회할 수단으로 유튜브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인지 누구의 판단인지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노동조합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A기자 "尹 발언 잘못 해독해 본사에 보고한 적 없어"

    한편, A기자는 MBC노조가 성명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 사실인지를 묻는 본지 질문에 몇 가지 점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먼저 A기자는 '현장 촬영을 담당한 MBC 박종일 기자(카메라기자)가 A기자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MBC노조의 주장과 관련, 카메라기자는 자신에게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이야기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A기자가 소음 섞인 현장 녹음을 잘못 해독해 본사에 보고하면서 오보 사태가 시작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A기자는 "해당 발언을 잘못 해독해 본사에 보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A기자는 '정치부 기자들의 단톡방에서는 △MBC A기자가 타사 취재기자들에게 뒷부분에 바이든 조롱 워딩이 나온다고 말했다고 함 △보통 취재기자들은 영상 전체를 보지 않기 때문에 다들 모르고 있다가 MBC A기자의 말을 듣고 뒤늦게 찾아봤다고 함이라는 받은글이 돌았다'는 MBC노조의 주장에 대해 "비속어로 여겨지는 단어를 영상에서 발견하고, 이를 당시 기자실에서 주변 기자들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기자들과 공유한 이유는 내용의 심각성, 사안의 엄중함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한 A기자는 "당시 기자단 사이에선 해당 발언이 어떤 말인지에 관련해, 자연스러운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상기했다.

    또한 '영상카메라 풀 취재단과 취재기자 풀 취재단은 각각 별도로 움직인다' '영상카메라 풀기자가 촬영한 내용을 취재 풀기자가 개입하거나 각사에 서비스할 의무는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A기자는 "해당 취재영상은 순방취재단 공동의 취재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일 글로벌재정펀드 행사장 취재는 이 행사 자체가 급하게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MBC A기자가 취재풀로 뒤늦게 참여하게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는 주장에 대해선 "해당 행사 취재 풀러는 타매체 기자"라며 이날 취재를 맡은 풀기자는 MBC 기자가 아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