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수사하고 있는지, 범죄사실만이라도 좀 알려달라" 선배 부탁에형사사법정보시스템 접속… 압수수색영장 등 수사문건 편집해 출력"어제 압수수색영장 청구" "오늘 압수수색 안 나간다" 수시로 누설선·후배 수사관 구속 기소, 담당 변호사는 불구속 기소… 19일 첫 공판
  • ▲ 쌍방울그룹 사옥 전경. ⓒ강민석 기자
    ▲ 쌍방울그룹 사옥 전경. ⓒ강민석 기자
    '쌍방울그룹 횡령·배임' 의혹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검찰 수사관 A씨가 같은 수사관 출신이자 쌍방울그룹 임원인 B씨에게 수사 기밀을 유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8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부산 북-강서을)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쌍방울그룹 횡령·배임' 의혹사건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 소속 수사관 A씨는 지난 5월24일 쌍방울그룹 임원 B씨에게 '쌍방울그룹 횡령·배임'사건과 관련한 수사 기밀을 전달했다. 

    당시 B씨는 해당 사건에 검찰의 수사가 집중되고 외부의 관심이 높아지자 후배 수사관 A씨를 통해 검찰의 노림수를 알아낸 것이다.

    B씨 "범죄사실만이라도 알려 달라"... A씨 "부탁하신 것 가져왔습니다"

    B씨는 A씨에게 지난 5월 중순께 메신저 카카오 보이스톡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쌍방울그룹 횡령·배임사건 관련, 검찰에서 무엇이 수사되고 있는지 범죄사실만이라도 좀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A씨는 업무용 컴퓨터를 통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에 접속한 다음, 해당 의혹사건에 따른 압수수색영장 내용 등 수사 기밀사항이 다수 포함된 문건을 편집해 2쪽 모아찍기로 총 6장을 출력했다.

    이후 A씨는 "선배님, 저번에 부탁하신 것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집 앞에 주차장이 있는데 그쪽으로 오십시오"라며 B씨를 불러내 출력한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뿐만 아니라 A씨는 지난 6월21일 검찰이 쌍방울그룹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알게 되자 B씨에게 "어제 압수수색영장이 청구됐으니 참고하세요", 다음날인 22일 "오늘 예정된 압수수색 안 나간다" 등 압수수색 시기를 누설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쌍방울 사외이사 겸 변호사 C씨도 수사 기밀 전달받아... 검찰, 주요 인사들 도주 및 증거인멸한 것으로 보고있어

    뉴스1에 따르면, 이 같은 정황은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정원두)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수사부는 지난 7월6일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태형 변호사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수사기밀 유출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 횡령·배임' 의혹사건의 또다른 피의자인 현직 변호사 C씨는 이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 소속으로 전해졌다. C씨는 전직 검사 출신으로 쌍방울그룹 사외이사이자 이 사건 변론을 준비하던 변호사로 파악됐다.

    C씨는 지난 5월25일 자신의 법률사무소가 위치한 서울 서초구에서 B씨로부터 해당 문건을 건네받은 뒤, 이를 PC용 파일 형식으로 저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쌍방울그룹 수사 기밀 유출사건은 현재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손진욱)가 맡고 있다. 형사1부는 지난달 23일 A씨와 B씨를 각각 구속 기소하고, 변호사 C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첫 공판은 오는 19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A수사관의 수사 기밀 유출로 쌍방울그룹 의혹과 관련한 주요 인사들이 도주하고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은 지난 6월께 출국해 현재까지 싱가포르와 태국 등을 돌며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 등을 대상으로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