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 YTN지부장, 조합 통장서 4억400만원 인출14대 YTN지부 "인수인계 서류만 믿고 확인 안 해"YTN 정상화 모임 "A씨 키워낸 우장균 사장 책임"
  •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에서 전임 지부장이 조합비를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노조 YTN지부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2020년 8월까지 13대 YTN지부장을 역임한 A씨가 이 기간 조합의 통장 3개를 직접 관리하면서 총 41차례에 걸쳐 총 4억400만원을 빼내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 임기 동안 조합비 4억여원 '착복'

    현 집행부인 14대 YTN지부가 A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한 건 임기를 불과 한 달여 남겨둔, 지난 20일이었다.

    애당초 현 집행부가 13대 집행부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을 때 서류와 통장의 잔고를 대조 확인했다면 바로 드러날 범죄였으나, 당시 A씨가 넘긴 서류를 100% 신뢰한 집행부가 사무국장 보관 통장 잔액만 확인하면서 무려 2년 동안 A씨의 횡령 사실이 발각되지 않았다.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힌 14대 YTN지부는 "소중한 조합비가 전임 지부장의 임기 동안 철저하게 관리되지 못했던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점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며 "회계 관리에 무능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고 자인했다.

    YTN지부는 "조합의 융자 사업 통장을 새로 개설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A씨에게 '보관하던 통장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하고 금융기관 방문 일정까지 잡았지만 A씨는 여러 차례 회사와 가정 문제 등을 이유로 미뤘다"며 "A씨는 지난 11·15·18일에도 금융기관 방문 약속과 통장 3개 거래내역·총액을 조합에 보내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밝혔다.

    YTN지부는 "18~19일 휴가를 낸 채 현 지부장·사무국장과의 연락을 중단한 A씨는 20일 오전 14대 집행부 지부장과 사무국장에게 본인이 보관하던 통장 3개의 거래내역 서류를 제출했다"며 그제서야 A씨의 횡령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A씨가 보관하던 통장 3개는 이미 5개월 전에 모두 써버려 비어 있는 상태였다고 밝힌 YTN지부는 "전임 지부장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취임 직후 인수인계를 철저하게 받고 2020년 연말 결산 때 회계 감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횡령 사실을 일찍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조합의 규정을 철저히 이행하지 못한 잘못과 현 집행부의 재정 전반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의 조사와 외부기관의 투명한 감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A씨를 스타로 키워낸 우장균 사장이 책임져야"


    이처럼 전임 YTN지부장의 횡령 행각이 2년여 만에 불거지면서 마케팅국부터 경영파트까지 YTN의 주요 보직을 섭렵한 A씨가 추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YTN의 공정방송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사원모임(이하 '와정모')은 25일 '일그러진, 문드러진…마침내, 흑화된 그들을 탄핵한다!'는 제하의 성명에서 "이번 '도둑질'은 차기 노조지도부에서도 무려 2년간이나 묻혀 있었다"며 "고의는 아니라지만 매우 이상하다"고 의문을 던졌다.

    와정모는 "거액의 조합비를 위원장 개인계좌에 예치하고 알뜰하게 빼먹다가 들통난 이 사건을 보면 A씨 이전의 노조지도부에 대해서도 시계열적 의심을 품는 게 합리적"이라며 "금전 문제에 시달렸을 게 뻔한 A씨가 조합비만 손 댔을까? 그의 더러운 손에서 회삿돈은 무사했을까?"라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슬프지만 'YTN의 스타'였다"며 "이 스타를 키워낸 키다리 아저씨가 바로 우장균 YTN 사장 일당"이라고 꼬집은 와정모는 "이번 사건은 전·현 노조집행부는 물론 이들과 '한몸'을 이뤄 회사를 사유화한 우장균 사장 일당이 총제적으로 책임질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공정방송하겠다고 경영권을 탈취하더니 이 와중에 누군가는 동료의 돈까지 털고 있었다"고 개탄한 와정모는 "그 돈이 어떤 돈인가? 해직자 임금 보전하겠다며 모은 희망펀드와 최저임금 수준의 계약직 직원의 월급에서도 꼬박꼬박 매달 7만여원을 떼어내 모은 피같은 돈"이라고 거론했다.

    "더 큰 문제는 이게 처음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짚은 와정모는 "언론노조 YTN지부는 역대 노조의 회계 전반에 대해 공신력 있는 제3자의 감사를 받고, 그 결과를 낱낱이 공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