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노조 "언론노조원만 승승장구, 방송사 장악""노선 다른 사장 축출‥ 언론을 정치투쟁 도구로 악용""文정권 들어서자 적폐청산위 만들어 비노조원 보복"
  •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지난 14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KBS와 MBC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언론노조가 "허위사실"이라며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대체 뭐가 틀렸다고 비난하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언론계에서 나왔다.

    MBC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은 15일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지 않았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지난 수년간 언론노조의 전횡을 몸서리치게 겪어온 MBC 구성원들로서는 권성동 대표 발언이 틀렸다는 언론노조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MBC 사장들은 예외 없이 전임 언론노조 위원장이었고, 임원들은 거의 모두 언론노조 간부 출신, 부장 국장들은 언론노조 조합원 신분을 유지한 채 임명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편성본부장마저 언론노조를 탈퇴하지 않아 MBC는 언론노조 조합원이 편성책임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힌 MBC노조는 "최근에 만들어진 MBC의 각종 사규들은 앞으로 어떤 경영진도 언론노조에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못 박아 놨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주요 국장들은 임명동의와 중간평가를 거쳐야 하고, 노조가 불공정방송을 이유로 보직자의 해임과 징계를 요구하면 사장이 수용하도록 했다"면서 "여기서 언론노조의 '불공정' 여부는 일반 국민의 상식과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불편부당·중립·객관 보도를 하지 않고 진짜 '정론'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사람들"이라고 소개한 MBC노조는 "보도국 편집회의에 언론노조 조합원이 들어와 간부들의 발언을 기록하고, 현재 유일한 외부통제 장치인 시청자위원들조차 사실상 언론노조 동의를 얻어야 임명할 수 있다"는 현실을 거론했다.

    또한 MBC노조는 "언론노조가 내부 구성원들을 공포심으로 통제하고 있다"면서 2017년 MBC를 장악한 언론노조가 정상화위원회를 만들어 무자비한 '징계의 칼'을 휘둘렀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시 언론노조 파업 불참자들에게 광범위한 집단 따돌림이 벌어졌고 공개적으로 모욕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상기한 MBC노조는 "언론노조에 맞선 기자 80여명을 상대로 5년 가까이 기자 역할을 못 하도록 만들어 수십명이 회사를 떠나고, 나머지 상당수도 다시는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 됐다"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이런 상황을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한다'고 말했다고 맹비난하면 언론노조 전횡에 고통받아온 피해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겠느냐"며 "도둑이 매를 들어도 이보다는 덜 황당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언론을 특정 정치세력의 '투쟁 수단'으로 만들어"


    KBS 내부에서도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맥락을 정확하게 짚은 팩트"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KBS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은 같은 날 '민주노총 언론노조 왕국? 권성동의 실언일까? 민노총 세력의 망언일까? 문재인 정권 민주당의 언론장악 문건이 해답이다'라는 긴 제목의 성명에서 "민노총 언론노조와 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 등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까며 '방송장악' 운운한 대목은 코미디 수준의 촌극이었다"며 "5년 전 이들은 민주당의 언론장악 문건대로 연기한 홍위병 세력이 아니었나? 자숙하고 반성해야할 자들이 '방송장악' 프레임과 '피해자 코스프레' 모드로 들어가려는 그 꼴이 참으로 가증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KBS노조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해왔음을 입증하는 사례들을 거론했다.

    KBS노조는 "KBS의 경우 전임 양승동 사장 시절 '블랙리스트' 사건을 일으키더니, 이들을 쫓아낸 간부 자리에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이나 간부 출신, 언론노조 소속의 직원들을 무더기로 발령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민노총 수익률 경진대회' '민노총 승진 대잔치'라는 말이 사내에 나돌았다"고 비꼰 KBS노조는 "현 김의철 사장 체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김의철 본인부터 임기가 7개월 남았던 전임 사장을 축출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이고, 통합뉴스룸국장은 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그 외 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 주요 간부들 가운데 지난 5년 동안 주요 보직을 못 달았다면 그게 이상한 회사가 돼버렸다"고 개탄한 KBS노조는 "승진의 기준이 언론노조 소속이냐 아니냐로 불릴 정도로 이른바 '민노총 황표 정치'의 대명사였다"고 되짚었다.

    KBS노조는 그동안 언론노조가 주요 선거 때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소위 진보좌파 정당과 '정책협약식'을 맺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언론노조가 노동조합의 탈을 쓰고 사실상 정치활동을 해왔다"고도 주장했다.

    "선거 직전 특정 정당과 정책 협약을 맺었다는 건, 해당 정당을 지지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한 KBS노조는 지난 10여년 간 KBS·MBC·YTN·연합뉴스 등에서 똬리를 틀고 회사경영권을 장악한 언론노조가 자신들의 정치활동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장 권력 쟁탈전'을 벌여왔음을 지적했다.

    KBS노조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사장이 경영권을 잡을 때마다 '파업투쟁'을 벌여온 언론노조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아예 언론노조 출신 사장을 옹립해 '노영방송의 끝판왕'이 뭔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KBS노조는 "2018년 기준으로 KBS(2300여명), MBC(1000여명), YTN(500여명), 연합뉴스(500여명) 등 4대 공영방송의 언론노조원이 4300여명에 달한다"며 "매달 꼬박꼬박 수억원의 쌈짓돈이 조합비 형태로 민노총 언론노조 산별노조 본부로 들어가고, 언론노조 주요 간부들이 사장이나 계열사 대표이사, 본부장 등 요직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민노총 왕국'을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결론은 권 원내대표가 말한 게 모두 사실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한 KBS노조는 "언론노조는 자신들과 노선이 다른 사장이 오면 쫓아낼 궁리나 했고, 언론을 특정 정치세력의 투쟁 수단으로 전략시켰다는 게 미디어 업계 전반의 상식적인 평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