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해경, 자료 제출 건으로 5시간50분간 비공개 회의서 대치감청·슬리퍼·부유물·조류·도박빚·정신공황 등 7가지 근거 반박"감청자료는 일부분만으로 발표, 분실된 구명조끼 같은 것 발견""물에 빠진 시각, 수영 속도 등 변수 있었지만 특정해 발표한 고의"
  • ▲ 하태경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단장ⓒ이종현 기자
    ▲ 하태경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단장ⓒ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가 감청자료, 조류, 정신적 공황 등 사건 당시 해경이 해수부 공무원의 월북 근거로 내세운 7가지 관련 자료를 들여다본 후 월북으로 단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TF는 22일 해양경찰청을 찾아 해수부 공무원 A씨를 월북으로 몰아간 수사 배경을 비판하며 진상규명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21일 국가인권위를 방문한 데 이어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 것이다.

    與 진상규명 TF, 정부 부처 전방위 압박

    이날 인천광역시 해양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TF 회의에는 하태경 위원장을 비롯한 신원식‧안병길‧김석기‧강대식 위원이, 해경 측에서는 정봉훈 해경청장, 여성수 구조안전국장, 박재화 국제정보국장 등이 참석했다.

    TF 위원들은 해경 측과 오전 10시25분쯤부터 오후 4시10분까지 약 5시간50분간 비공개 회의를 했다. 사건과 관련한 해경 자료 제출을 두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점심식사도 샌드위치로 대체했다.

    하 위원장은 회의 후 2020년 9월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해경이 중간 수사 결과로 발표한 △감청자료 △슬리퍼 △부유물 △조류 △도박빚 △정신적 공황 판단 등 7가지 부문에 따른 문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최근 해수부 공무원이 자진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1년9개월 만에 스스로 뒤집은 바 있다.

    하 위원장은 "감청자료는 당시 월북이라고 판단한 결정적 증거가 되는 자료인데, 해경은 '군이 전체 내용을 보여 주지 않아 일부분의 내용, 요약문만 확인했고 전체 내용을 보여 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으나 군이 거부했다'고 했다"며 "당시 중간 수사 발표 때 근거가 됐던 감청자료는 일부분의 자료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수부 공무원이 슬리퍼를 벗었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당시 슬리퍼가 피해자 것이라는 한 선원의 진술이 있어 (해경이 당시) 근거로 들었는데, 이후 확인해보니 여러 사람의 DNA가 검출됐다고 한다"며 "해수부 공무원의 개인 슬리퍼로 보기 힘들다 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분실됐다는 구명조끼 조사 과정서 같은 것 발견돼

    A씨의 구명조끼와 관련해서는 "처음에 해경이 A씨 침실에서 구명조끼가 분실됐다고 해서 (A씨가) 착용 후 바다에 뛰어들었을 것으로 봤는데, 이후 조사 과정에서 똑같은 구명조끼가 다른 장소에서 발견됐다고 한다"며 "(분실된) 구명조끼가 A씨 것이라고 특정하기 어려워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또 A씨가 부유물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부유물을 배에서 준비해 뛰어내린 것처럼 국민에게 이미지를 심어줬는데, 해당 부유물이 배 안의 것인지, 바다에 떠 있던 것인지 특정할 수 없어 월북 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 위원장은 이어 "A씨가 도박빚 때문에 극단적 선택으로 북한으로 갔다는 정황증거를 채택했으나 당시 2억6800만원을 법원에 회생신청할 당시 신청한 부채 총액을 (해경이) 착오한 것"이라며 "실제 도박빚은 이것의 절반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는 것을 추후에 확인해 인권위가 지적했고, 해경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해경이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시 (A씨의) 도박빚을 2배 이상 부풀려 발표하는 등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라 볼 수 없다"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 위원장은 "해경이 사건 중간발표 때 조류 방향이 북으로 가지 않기 때문에 본인 자력으로 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당시 조류가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단서가 있었다고 한다"며 "A씨가 물에 떨어진 시각, 수영 방향, 수영 속도 등 3가지 변수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었는데 한 가지만 특정해 발표한 것은 고의였다는 해경의 답변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A씨가 정신적 공황상태라고 주장한 점과 관련해서는 "정신적 공황상태를 진단한 전문가 한 명이 있었다. 그는 당시 10월21일에 A씨가 월북할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냈고, 10월24일에는 월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판단이 어렵다고 입장을 바꿨다. (해경이) 이것을 취합하는 데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원식 TF 위원은 "설사 인과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유죄가) 확정되지 않으면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안 되는데 이를 심각하게 침해하며 (수사 결과를) 발표한 해경은 기본 수사의 '수'자도 모르는 조직인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21일 출범한 TF는 연일 진상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출범 당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해 △해경 수사 책임자들이 인권위의 경고 조치 권고에도 승진 △피해자 심리상태 조작 의혹 △피해자 정신감정 시점 부재 등의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