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은 촛불민심의 요구"…북한도 목놓아 외쳤다2019년 10월부터 북한 선전매체 '검찰개혁' 필요성 강조
  • ▲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참석차 방남한 북한 김정은이 경기 파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국군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참석차 방남한 북한 김정은이 경기 파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국군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하는 검찰청법 개정안('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30일, 북한 선전 매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를 맹비난하는 기사를 올려 주목된다.

    이날 한 후보자를 겨냥해 "세간의 예평대로 '검찰 공화국'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힐난한 우리민족끼리는 "대통령 당선자인 윤석열이 현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앙심을 품고 '검수완박'을 박살내고 검찰 내 친문세력도 숙청하려 하는 등 정치보복의 칼을 벼리고 있다"며 윤 당선인에게도 비난의 날을 세웠다.

    지난달 27일에도 한 후보자를 가리켜 "이전에 검찰내부에서 윤석열과 손발을 맞추며 '검찰개혁'에 반기를 들었던 자"라고 비판했던 우리민족끼리가 또다시 두 사람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린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살라미 전술'까지 써가며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 못지 않게 북한 역시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여러차례 강조해왔다는 점이다.

    우리민족끼리 "'검찰개혁'은 촛불민심의 요구‥ 저항하면 자멸할 것"

    북한 노동신문은 2019년 10월 8일 '정세론 해설, 첫째가는 청산 대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한국)의 '검찰 패거리'들도 보수 세력의 입김과 지지 밑에 민주 개혁세력의 진출을 억제하고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악랄하게 책동했다"고 비난했고, 10월 13일에는 "남조선(한국)에서 검찰은 독재의 대명사로 악명을 떨치었다"며 "'반역 통치배'들의 편에서 자주와 민주, 통일을 요구하는 인민(국민)들의 투쟁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처참히 유린했다"고 검찰을 폄훼했다.

    또 10월 17일에는 '정세론 해설, 재집권 야욕에 환장한 정치깡패들의 란동(난동)'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검찰이 '보수패당'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다"며 "남조선(한국) 인민(국민)들의 대중적인 촛불투쟁은 보수패당의 시녀 노릇을 해온 적폐 검찰 세력을 청산하고 사회적 정의와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민심의 강렬한 분출"이라고 한국 내 '촛불시위'를 두둔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월 1일 '발악적 망동의 종착점'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남조선(한국) '자유한국당'과 '새로운 보수당'은 검찰개혁이 '대학살'이나 '폭거'니 하는 험담들을 늘어놓고 개혁에 악을 쓰고 반발하고 있다"며 "한국당은 (한국)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이 마치 검찰에 대한 보복인 듯 여론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을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한국당과 새로운 보수당의 발악은 적페세력을 청산하고 사회적 진보와 민주개혁을 실현하려는 남조선(한국) 민심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자멸 행위"라며 "검찰을 겨드랑이에 끼고 권력 유지수단, 저들의 죄악을 무마시키는 방편으로 써먹어온 보수패당의 행적이 너무도 추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北 "검찰개혁안 통과‥ 진보·민주·개혁세력이 정국 주도권 장악해야"


    주목할 만한 점은 북한 선전 매체가 자신들과 관계도 없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노동신문에 한국 검찰을 '청산의 대상'으로 언급한 기사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2019년 10월 8일이다.

    이때부터 노동신문과 우리민족끼리가 "촛불민심의 요구"라며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글을 앞다퉈 쏟아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달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문화교류국이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소속 박모 씨 등에게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로 인해 동요하는 중도층 쟁취 사업'을 지령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등 3인은 이른바 '청주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자들로, 북한 지령을 받고 지하조직을 결성해 활동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됐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당시 북한 문화교류국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것을 "현 사태가 보수의 부활과 정권 찬탈을 노리고 초불(촛불)민심의 적폐 청산, 검찰개혁에 도전해 나선 보수 세력의 기획적인 재집권 책동에 의하여 빚어진 정치적 혼란"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수수방관한다면 중도층도 그 피해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널리 여론화한다"고 박씨 등에게 투쟁 방향을 제시한 북한은 2019년 11월에는 "검찰개혁안 등 개혁 법안 통과와 함께 진보민주 개혁세력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을 1단계 목표로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했다.

    또한 같은 해 10월 26일에는 "박근혜를 탄핵한 촛불의 힘으로 보수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 "동시다발적인 맞불 집회를 전개해 민심을 '검찰개혁' 쪽으로 견인하자"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北 "맞불 집회 전개‥ 민심을 '검찰개혁' 쪽으로 견인하자"


    박씨는 2020년 10월 한국 민심 자료를 달라는 북한의 요구에 "적폐 세력 청산을 위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가 본격화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반북·반문 공세가 최근 윤석열(전 검찰총장) 국감을 계기로 본격적" "적폐 세력들은 윤석열을 중심으로 공수처 설치를 무산시키기 위한 조국흑서 조작, 박원순 성추행 의혹, 추미애 아들 병역 의혹 등 문재인 정권의 허약성을 기회로 촛불정권 전복 음모를 체계적으로 진행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박씨 등은 2018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암호화된 파일 형태로 북한과 70여 차례에 통신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충북동지회를 '지사', 북한을 '본사'로 표현하며 북한과의 접선 사실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