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가 미디어정책 교훈삼아야 할 과거의 오류들
  • ▲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인터넷신문위원회 위원장, 사진 중앙)가 2017년 7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7 인터넷신문의 날 기념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인터넷신문위원회 위원장, 사진 중앙)가 2017년 7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7 인터넷신문의 날 기념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가 미디어분야 국정과제를 정리하면서 ‘미디어혁신위원회’ 출범을 사실상 확정했다. 정부 조직 개편이 정권 출범 이후로 밀리면서 이 위원회가 미디어 산업 진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담당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 중심으로 공영방송 공정성 강화, 미디어 수평규제, 디지털 미디어·플랫폼 이용자 보호 등을 국정과제로 담는다. 필자는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가 공영방송과 관련하여 큰 틀에서 추구해야 할 개혁 방향을 수차례 제시했다.

    핵심은 공영방송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마르크스 계급론을 연상하게 만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언론노조가 공영방송 기득권을 쥐고 흔들며 거버넌스의 한 주체로 행위한다는 사실은 헌법위반 그 자체이어서 이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 포털의 경우 그들만의 밀실논의를 통해 언론사를 선별하고 가두리 양식장처럼 가둬놓고 뉴스로 호객행위를 하며 유사언론행위를 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다시는 되풀이해선 안 되는 전례가 있어 과거 기억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바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뉴미디어정책비서관을 지낸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의 경우다. 당시 포털의 편파성에 항의하던 소위 보수우파 국민은 민 대표의 청와대 입성을 반겼다. 포털의 여러 정책에서 소외됐던 우파인터넷 매체들이 체감으로 느끼던 차별대우와 배제현상이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 대표가 청와대에 들어가 한 일은 이런 기대를 무참히 깨는 것들이었다. 명분은 노무현 정권이 조중동 언론권력에 대항할 언론을 키운다며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매체를 열성적으로 지원하고 키워준 결과 자질미달의 사이비 언론이 활개를 치게 됐다며 언론생태계를 정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취재편집 인력을 5인 이상 늘려 상시고용상태를 증명할 수 있도록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그런데 민 대표의 이런 발상은 오히려 보수우파 매체의 생존을 위협했다. 노 정권의 미디어정책 결과 좌파매체는 정권의 온갖 유무형 지원 덕분에 재정 등 큰 어려움 없이 내실을 다지고 더욱 성장할 수 있었는데 우파매체는 “보수의 이념을 추구하는 인터넷신문”을 표방한다는 데일리안 출신 민 대표가 청와대 들어가자 지원은커녕 느닷없이 인터넷신문 등록조차 어려운 처지로 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포털 진입은 어림없는 일이었다. 좌편향 언론생태계 균형을 위해 우파 매체 살리기가 아니라 기존 기득권 언론을 위해 사다리를 걷어차는 민 대표의 행태로 좌파매체들은 더욱 살판이 나고 우파매체들은 신생매체가 더는 나올 수도 없도록 숨통이 막히게 된 것이다.

    그때 우파매체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사회운동에도 열심이던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대표는 “포털 개혁하겠다고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을 강화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살아남는 건 어느 쪽일 것 같은가. 결국 진보좌파 매체뿐이다. 이건 우파죽이기 아니냐” “민병호 비서관이 청와대 들어가서 한 건 인터넷신문 좌파매체들과 어울리면서 본인이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 외엔 없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 대표의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보수정권 미디어정책 실패사례,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 반면교사 삼아야

    포털 좌경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언론사 포털 진입, 퇴출 심사 기구)도 민 대표 작품이라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그동안 각기 독자적으로 운영되던 네이버와 다음 뉴스서비스 심사를 하나의 독립된 심사위원회로 묶어 운영하는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2015년 5월 발표됐을 때 민 대표가 설립 배후로 지목된 일이 있다. 그해 6월 동아일보 모 논설위원이 “그(민병호 비서관)는 외부 강연 등에서 ‘인터넷 매체 문제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정리해 놓고 청와대를 나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고 칼럼에서 소개할 만큼 민 대표가 인터넷 언론과 포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럼 그 결과는 어떠했나. 얼마 전 출범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 7기의 사례(3월 28일자 칼럼 ‘대통령직인수위가 들여다봐야 할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의 공정성 문제’ 참조)만 봐도 알지 않나. 포털 불공정이 해소된 게 아니라 민 대표의 데일리안이 속한 인터넷신문협회 등 기득권 언론단체와 친언론노조 세력만 더욱 득세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보수이념을 표방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가 보수정권 청와대에 들어가 한 일이 바로 이런 일들이었다. 이명박 정권 때는 친이 색채를, 박근혜 정권 때는 친박 색채 위주로 가다 대표와 소속기자까지 청와대에 입성하는 혜택을 누리고도 한 일들이란 게 오히려 좌파를 살찌운 정책이었단 뜻이다.

    필자는 인터넷신문협회 등을 통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좌파 언론과 어울리면서 반면 보수우파의 눈물과 고통을 디딤돌 삼아 성장 중인 데일리안이 왜 굳이 이념적 정체성에 있어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지금이라도 민 대표는 자신의 언론관 등 정체성을 분명히 밝혀줬으면 한다. 데일리안은 정말 보수 언론매체인가. 단지 경제적 관점에서만 이익을 따져 언론사를 운영하는 것은 아닌가. 언론에 대한 민 대표 본인의 소신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인수위 활동에 또 하나 걱정은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맡은 박성중 의원이다. 필자는 태블릿PC조작 진상조사TF회의,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 등 소위 보수정권에서 언론 문제와 관련한 논의의 장에 몇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박 의원에 대해 평가하자면 한마디로 ‘허장성세’형 인물형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언론 개혁하겠다고 소리만 요란할 뿐 단 한 번도 제대로 결실을 맺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국민이 박 의원을 신뢰하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박 의원 본인은 감시에만 그치는 검열관 역할은 내려놓고 전문가들 목소리와 주문을 경청하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결과물을 내놓으려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결론이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미디어정책에서 좌우 균형을 맞추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필자가 앞에서 언급했듯 미디어정책에서 우파정권에서 벌어졌던 이상한 히스토리를 교훈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