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도지사후보 공천 탈락에… 들끓는 지역민심김진태 47.2%, 이광재 46%… 황상무 39.6%, 이광재 46.3%국민의힘 일부 의원들 "경선까지 안 붙일 줄은 몰랐다"네티즌 "金, 이재명 저격수로 3D업종 수행했는데 토사구팽"
  • ▲ 김진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지난해 11월17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경기 수원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경기 수원=정상윤 기자
    ▲ 김진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지난해 11월17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경기 수원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경기 수원=정상윤 기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6·1지방선거 강원도지사후보로 황상무 전 KBS 앵커를 단수 공천하고, 재선의 김진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컷오프'해 파장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토사구팽"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황상무 단수 추천, 김진태 '컷오프' 논란

    국민의힘 공관위는 지난 14일 오전, 강원도지사후보로 황 전 앵커를 단수 추천하고, 김 전 의원을 '컷오프' 하기로 한 공천심사위원회 결정을 발표했다. 

    김행 공관위 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한 분이 컷오프되니까 자연스레 다른 분으로 결정됐다"며 "표결 없이 공관위원 전원 합의의 결과"라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의 컷오프 결정 배경과 관련, 김 대변인은 "과거 그분의 일부 발언들이 국민통합에 저해된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라며 "정치적 숙려기간을 권고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의 ▲'5·18 진상규명' 관련 행사 진행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무효 등 이른바 '태극기 활동'을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계종이 지난 13일 김 전 의원의 도지사예비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것도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2015년 조계사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신변보호와 관련 "경찰병력을 투입해서 (한상균 위원장을) 검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부 언론 보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전 앵커가 3·9대통령선거에서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의 'TV토론 과외교사'로 통했던 만큼 '윤심'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황 전 앵커는 윤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언론기획단장으로 활동했고, 윤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 3월10일,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준비된 경제도지사 황상무"라는 슬로건과 함께 출마선언 기자간담회(3월11일)를 예고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이 같은 '윤심 작용설'에 선을 그었다. 배현진 당선인대변인은 1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공천의 문제는 당에서 관리하는 것"이라며 "당선인께서 지방선거 공천 관련해 의견을 내신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여론조사에서 김진태 32.3%, 이광재 27.5%, 황상무 9.1%

    국민의힘 일부 소속 의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공관위의 처사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선에서 김 전 의원이 '이재명 저격수'로 활약한 데다 지역 여론조사에서 유력 경쟁후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대선기간 국민의힘의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전 의원은 당시 특위 위원장으로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를 둘러싼 대장동·변호사비 대납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대선 최전선에서 활약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여론조사에서도 김 전 의원은 비교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스탯리서치가 강원도민일보 의뢰로 지난 11일 춘천시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12명을 대상으로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4.3%p)를 실시한 결과, 김 전 의원은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의 대결에서 47.2%를 얻어 오차범위 내 선두를 차지했다. 46.0%를 얻은 이 의원과는 불과 1.2%p 격차로 초접전 양상이었지만, 황상무 전 앵커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앞섰다.

    황 전 앵커는 39.6%를 얻어 46.3%인 이 의원보다 오차범위 안인 6.7%p 차로 밀렸다.

    한국갤럽이 MS투데이 의뢰로 지난 3월25일 춘천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13명을 대상으로 '강원도지사선거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서 ±4.3%p)에서도 김 전 의원은 32.3%를 얻어 오차범위 안 1위에 안착했다. 27.5%인 이 의원과는 4.8%p 차였다. 황 전 앵커는 이 조사에서 9.1%를 얻었다.
  • ▲ 황상무 전 KBS 앵커(왼쪽)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황상무 페이스북
    ▲ 황상무 전 KBS 앵커(왼쪽)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황상무 페이스북
    "金, '이재명 저격수'로 3D업종 수행했는데 토사구팽"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15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공관위의 결정에 "김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았다는데, 이것이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할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강원도지사 공천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김 전 의원에게 '이재명 저격수'라는 중책을 맡길 때와 도지사 '컷오프' 때와 무슨 기준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소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중진 의원은 "경선까지 안 불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발언대'에도 "국민의힘은 당선 가능성이 제일 높은 후보를 왜 배제시키나" "강원도지사 김진태 후보자 공천 탈락 납득하기 어렵다" "김진태 컷오프시키는 것 보니 지방선거 폭망이다" "친박 지우기냐. 적어도 경선은 해야 하지 않냐"라는 비난이 속출했다.

    또 한 네티즌은 "김 전 의원은 단순히 윤석열 선거를 도운 정도가 아니라 상대방 후보를 저격하는 가장 위험한 3D업종을 수행한 건데 그렇게 이용해먹더니 이제 와서 한 칼에 잘라버리나"라며 "이번에 김진태 토사구팽은 비정한 정치권 내에서도 매우 심한 경우"라고 평가했다.

    한 20대 남성 원주시민은 통화에서 황 전 앵커 단수 공천과 관련 "강원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식이면 김 전 의원처럼 강원도에서 민주당과 계속 싸우던 사람만 바보 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일각서 '윤심'보다 '권심' 의혹… 권성동 측은 '부인'

    김행 대변인은 "표결 없는 전원 합의"라고 발표했지만, 이번 강원도지사후보 공천 결정이 난항을 거듭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공관위 한 관계자는 "원래 지난 13일 오후 회의 후 발표하려 했지만 결국 14일 오전에 또 회의를 열었고, 국회부의장실(정진석 공관위원장)로 이동해서 또 회의를 했다는 정황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 컷오프와 황 전 앵커 단수 공천 결정이 쉽게 도출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공관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11명의 공관위원 중 한기호 부위원장과 최재형 위원 등 2명이 강원도지사후보 경선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 공관위원은 이에 관해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표결 없이 결정할 만한 수준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심'보다 '권심'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공관위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부에서는 권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도 "당 내에서 공공연한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진태 전 의원의 오랜 숙원 관계가 이번 공천 논란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권성동의원실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는 지선보다 '검수완박' 사태에 올인한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다. 견해를 묻기 위해 권 원내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황 전 앵커로서도 경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경선으로 이기기 어려워서 전략공천했다는 낙인이 찍히면 경쟁력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진태 지지자들, '무원칙 공심위 규탄대회' 예고

    김 전 의원 지지자들은 오는 18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무원칙 공심위 규탄대회'를 예고했다. 이들은 "국민 대통합의 시점에 태극기, 5·18 운운하며 지지율 1위 김진태를 토사구팽시켰다"며 "국민의힘을 항의방문, 규탄하기로 했다"고 예고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회의에서 강원도지사후보 공천 논란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공관위가 최고위 권고로 재논의를 거친다 해도 또다시 단수 공천 결정을 내린다면, 최고위는 당헌·당규상 이를 그대로 의결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13일 "공관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게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가"라고 따져 물은 김 전 의원은 "이의신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