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정숙 관광 위해 文 대통령 일정 결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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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불명의 이 사진은 문재인 대통영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5년간 공식석상에서 입었던 패션을 한데 모은 것이다.
김 여사가 사비를 들여 이런 의상을 구매했거나 대여받았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국민의 혈세'로 값비싼 의상과 구두를 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활비'를 탈탈 털고, 입던 옷까지 딴지를 걸었던 문재인 정권에서 대통령의 영부인이 '의전'이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허투루 썼따면, 이야말로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같은 '옷값'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 여사의 미스터리한 해외순방 일정도 다시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김 여사가 문 대통령과 동행한 방문지 가운데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의 타지마할과 후마윤 묘지, 체코의 프라하, 베트남의 호이안,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들이 즐비한 까닭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선 김 여사가 문 대통령 재임기간 전 세계 최고 관광지를 순회하며 일종의 '여행 버킷리스트'를 지워나간 게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고민정 "모디 총리 요청으로 김정숙 여사가 인도 단독 방문"
김 여사의 순방 일정이 수상쩍다는 의혹은 2018년 11월 김 여사가 인도를 단독 방문한 사실이 공개되면서부터 불거졌다.
당시 김 여사는 11월 5일 뉴델리에서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을 접견하고,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 영부인 초청 오찬에 참석한 뒤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면담했다. 이튿날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참석한 김 여사는 디왈리 축제 개막식과 점등행사에 참석하고, 인도의 대표적 이슬람 건축물인 타지마할을 방문했다.
김 여사의 인도 방문에 앞서 당시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 여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초청으로 인도를 공식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이번 인도 방문은 모디 총리가 김정숙 여사가 행사 주빈으로서 참석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공식 초청장을 보냄에 따라 성사됐다"며 "문 대통령의 빈틈을 메우는 '내조외교'"라고 김 여사를 치켜세우는 기사까지 썼다.
그러나 이 같은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김정숙 버킷리스트의 진실(진명출판사 刊)'을 쓴 남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019년 6월 11일 기고한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당시 청와대는 인도 총리 요청으로 가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인도 대사관은 '한국 측이 김 여사를 대표단 대표로 보낸다고 알려와서 초청장을 보냈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노르웨이의 '베르겐'이라는 '그림 같은 도시'를 방문한 일정까지 문제삼은 남 위원은 "전임 대통령 부부들이라고 관광지에 안 간 건 아니지만, 이번처럼 잦은 적은 없었다"며 "특히 김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이 개운치 않다"고 비판했다.
靑 "김정숙 순방 일정 두고 '해외유람' 묘사한 칼럼에 유감"
이 칼럼이 공개되자 청와대가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같은 날 한정우 부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해당 칼럼은 잘못된 정보를 옳지 않은 시선에서 나열한 사실 왜곡"이라며 "더 안타까운 것은 외교상 방문지 국가의 요청과 외교 관례를 받아들여 추진한 대통령 순방일정을 '해외유람'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글은 최초 국빈 방문을 하게된 상대국에 대한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며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청와대는 "노르웨이 베르겐 방문은 모두 노르웨이측 요청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며 다른 외국 정상들도 방문한 사실을 알렸다.
또한 "해당 칼럼은 '그리그의 집' 방문을 '양국관계 증진'이 아닌 '풍광 좋은 곳에서의 음악회 참석'으로 폄훼했다"며 "노르웨이측이 방문을 간곡히 권고해 이뤄진 외교 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일정 역시 '인도 총리 요청으로 가는 것처럼 발표했다'고 돼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김정숙 여사를 비방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남 위원의 칼럼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 청와대는 중앙일보에 해당 칼럼의 삭제와 더불어 같은 크기의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이를 중앙일보가 거절하자 청와대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에서 패한 청와대가 항소마저 취하하면서 이 소송은 남 위원과 중앙일보의 승소로 귀결됐다.
인도 "강경화 보내달라" 요청… 靑 "인도가 원했다"며 김정숙 보내
이와 관련, 남 위원은 진명출판사가 공개한 '북트레일러' 등을 통해 "인도 정부는 고위대표단을 초청했는데 우리는 김정숙 여사를 보냈다"며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의 방문이 인도 총리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성사된 것처럼 전했지만, 내막은 우리가 김정숙 여사를 보내겠다고 전해 인도에서 초청장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위원은 "당시 인도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와 달라고 했다"며 "정황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강 장관, 두 사람이 가면 격에 맞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남 위원은 "그런데 우리나라에게 굳이 영부인을 보내자, 인도가 굉장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현지 언론에서는 디왈리 축제에 외국의 정상급 인사가 온 것은 처음이라는 기사도 났다"고 소개했다.
남 위원은 2019년 6월 문 대통령 내외가 노르웨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 베르겐을 방문한 것도 석연찮다고 주장했다.
남 위원은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이 노르웨이를 방문하는 일정은 노르웨이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수도(오슬로) 외 지방도시를 방문하는 일정은 노르웨이 국빈 방문의 필수 프로그램이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슬란드 대통령과 슬로바키아 대통령도 다 이곳을 방문했는데, 왜 문재인 대통령만 문제를 삼느냐'고 반박했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양식장·연구소 방문 원했는데… 文 내외 '그리그의 집' 방문
남 위원은 "청와대가 제기한 소송으로 재판에 임하면서 자연히 팩트체킹을 하게 됐다"며 "노르웨이 왕실 웹사이트를 살펴보니 각국에서 온 국빈들의 스케줄이 다 나왔는데, 총 21건의 국빈 방문 일정 중에서 9건은 오로지 오슬로만 방문하는 일정이었다"고 말했다.
남 위원은 "국빈 방문 일정이 2일인 경우에는 한 건만 제외하고 모두 수도인 오슬로만 방문했고, 일정이 3일인 경우에는 2일은 오슬로, 나머지 하루는 지방도시를 방문하는 스케줄이었다"고 설명했다.
남 위원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방문 일정은 2일이었다"며 "따라서 관례대로라면 이틀 모두 오슬로에 있어야 했지만, 대통령 내외는 하루는 오슬로, 나머지 하루는 베르겐에 위치한 '그리그의 집'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남 위원은 "청와대는 '노르웨이 측에서 그리그의 집 방문을 공식 일정에 반드시 포함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청와대가 법원에 제출한 국빈 방문 일정 초안을 보니 사실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남 위원은 "당초 노르웨이가 제안했던 국빈 방문 일정에는 그리그의 집 방문은 없었고, 대신에 노르웨이 앞바다에 위치한 '연어 양식장'과 노르웨이의 유명한 '해양 연구소'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양식장과 해양 연구소 방문 일정은 취소됐고, 그리그의 집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며 "따라서 노르웨이 측이 그리그의 집 방문 일정을 반드시 포함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UNICEF 한국위원회장, 청중석에서 'BTS 연설' 지켜본 속사정
끝으로 남 위원은 "김여사의 과도한 BTS 사랑이 가져온 폐해도 적지 않다"며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남 위원은 "방탄소년단이 유엔본부에서 공연과 연설을 한 행사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인 송상현 교수가 어레인지한 것이었다"며 "따라서 원래 송 교수가 참석하기로 돼 있었는데, 갑자기 (유엔총회에 참석하기로 했던)김 여사가 거기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남 위원은 "그곳은 각국의 대표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장으로 사전에 허락받은 소수의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며 "그런데 김 여사와 경호인력이 들어가게 되면서 송 교수는 뒤에 있는 청중석에 앉아 행사를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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