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관계자 "선거법 위배 우려 의견 전달했는데 바뀌지 않아"선관위 내부 익명 게시판서도 "아직 늦지 않았으니 결단 내려라"노정희, 대국민 담화서 "위원장으로서 책임 통감하며 사과한다"
  • ▲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첫날인 지난 4일 오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첫날인 지난 4일 오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코로나 확진자·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와 관련해 "확진자도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부 반대를 묵살했다고 8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확진자 직접투표' 의견 전달했는데 바뀌지 않아"

    매체는 수도권 구·시·군 선관위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과 직원 일부가 지난달 중앙선관위에 "사무원이 확진자 투표용지를 대신 투표함에 넣는 지침은 혼선을 초래할 수 있으며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는 유권자가 직접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조항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수도권 선관위의 한 사무국장은 매체와 통화에서 "지난달 중앙선관위 지침이 내려와 이를 두고 직원들과 회의를 했고, 임시 기표소를 만들기보다 오후 6시 일반 유권자 투표시간이 끝난 후 확진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중앙선관위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지침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관위 내부 익명 게시판에도 사전투표일 전 "투표관리관들의 멘붕이 예상된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결단을 내려 달라"는 등의 글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역 선관위원장은 "중앙선관위의 '대리투입' 지침은 '직접투표'를 보장하는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중앙선관위는 이와 관련 "지난 총선과 재·보궐선거 때도 투표사무원이 '대리투입'을 했다"며 "공직선거관리규칙에 '이동 약자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조항을 근거로 장애인을 위한 대리투입 지침을 만들었고, 이를 확진자 사전투표에도 적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의 한 선관위원장은 매체에 "엘리베이터 없는 투표소에서 휠체어 장애인의 투표용지를 대리투입해 주는 것은 예외로 볼 수 있지만, 확진자는 투표함까지 이동할 수 있다"며 "사무원의 '대리투입'을 '필요한 조치'로 판단한 것은 직접투표를 강조한 법률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정희 "위원장으로서 책임 통감하며 사과"

    한편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과 관련 "미흡한 준비로 혼란과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대국민 담화에서 "코로나 확진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투표에 참여해 주신 유권자들께 감사드리며, 불편과 혼란을 겪으신 유권자와 현장에서 고생하신 분들께 거듭 죄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나와 내 가족의 앞날을 결정할 투표소가 가까운 곳에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을 투표용지에 담아 달라"고 당부한 노 위원장은 "선관위는 심기일전해 모든 유권자가 참정권 행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했고, 투·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진행된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에서는 유권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관리관이 받아 대신 투표함에 넣는 방식을 두고 논란이 됐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4항(선거인이 투표참관인 앞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과 선거법 제158조 4항(사전투표의 경우에도 선거인이 회송용 봉투에 넣어 봉함한 후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은평구 신사1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 3명이 이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는 일도 발생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확진·격리 유권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쇼핑백이나 바구니에 보관한 사실이 알려져 불법·부실 선거관리 논란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