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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이재명 타임지 인터뷰 논란… 정치선동에 놀아난 언론

與 선대위 "역대 대통령 모두 예측한 '타임'이 이재명 인터뷰" 홍보엉뚱한 과대 해석 붙인 보도자료… '일단 받아쓴' 한심한 한국 언론

박한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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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3-07 10:28 수정 2022-03-07 15:58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실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인터뷰 기사. ⓒ타임 홈페이지 캡처

단순 선악구도나 경마식보도 등 우리 언론의 보도방식에 고질적인 여러 문제가 있다는 비판은 한 두 해 있어온 게 아니지만 이재명 대선후보의 미국 타임(TIME)지 인터뷰 기사에 관한 여야 공방을 보도하는 언론 행태를 지켜보자면 그러한 문제점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발단이 된 기사는 이 후보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와의 단독 인터뷰였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나라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 한국의 대통령 후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이 후보가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를 입는 등의 성장과정과 유년시절을 전하면서 “이 후보의 자수성가 이야기와 한국의 발전 역사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많다”고 평가한다. 또 이 후보 아들의 불법도박에 대한 사과, 부인이 공무원에게 개인 심부름을 맡긴 것,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 또 가족에 대한 여러 의혹과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언급도 하면서 관련자들이 사망한 사실도 전했다.

문제가 된 것은 민주당이 이 후보의 이 인터뷰 기사를 갖고 타임지는 한국 대선 때마다 당선자를 예측해왔다던가 미국 정가에서 이 후보 차기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거짓이거나 엉뚱한 과대 해석을 붙여 홍보하려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선대위의 3월 4일 보도자료 제목이 '역대 대통령 모두 예측한 미국(TIME)지, 이재명 후보 단독 보도'였다. 내용도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집중 조명하는 단독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타임지는 지난 16대부터 19대까지 역대 대선에서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해 한국 대통령 당선인 예측에 모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타임지가 이 후보를 단독 보도한 점으로 볼 때 워싱턴 등 미국 정가가 그를 한국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당선인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등으로 완전한 허위에 가깝다.

민주당 주장과 다르게 16대 노무현 대통령을 타임지가 인터뷰한 것은 당선 후였다. 17대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 후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19일 대선 이틀 전인 17일자 표지모델을 장식했는데, 족집게처럼 당선 유력 대선후보를 맞추는 인터뷰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때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박빙 승부를 벌였고 일부 국내 언론이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예측해 망신을 살 만큼 누구도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선거였기 때문이다. 19대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2017년 5월 9일이 선거였고 타임지 기사는 5월 4일 공개됐다. 그때 선거는 누구나 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으로 판세는 이미 완전히 기울었던 선거였다.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각각 20%대 득표를 했고 문재인 후보는 41.09%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게으른 언론, 피해자는 유권자 국민

백번 양보해 민주당이 허위 보도자료를 낸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홍보가 절실해서라고 이해한다 치자. 그러나 언론이 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다는 것은 기본 팩트체크도 하지 않은, 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실수다.

포털을 검색하면 대부분 언론들이 민주당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거나 기껏해야 국민의힘 쪽 김은혜 의원 등의 “TIME지가 이재명 후보와 가족을 둘러싼 불법혐의를 박제했다” “세계가 인정한 법카 후보” 등으로 이재명 선대위 보도자료가 소개하지 않은 타임지 기사 내용 중 이 후보에 부정적인 내용들을 같이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는 수준이다. 조선일보마저 “타임은 과거 한국의 대선에서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등 당선자를 예측해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며 사실과 다른 기사를 썼다. [이재명 타임지 인터뷰 “중국과의 협력 관계 확대하는 것 필요”-3월 4일자 보도내용 중] 필자가 확인한 매체 중 ‘뉴스톱’이라는 매체가 거의 유일하게 팩트체킹하여 보도했다.

최고의 미디어비평지를 자임하는 미디어오늘은 관련한 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는 타임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정작 보도된 내용을 두고 두 후보측 모두에서 자신의 유리한 대로만 해석했다”는 수준의 지적 정도로 그쳤다. 미디어비평지라는 미디어오늘 정도라면 타임지가 마치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자를 잘 맞추는 족집게 언론인 것처럼 선동한 이재명 후보 선대위의 허위 보도자료 문제를 지적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의 타임지 인터뷰 기사 홍보자료 해프닝은 단적으로 현재 언론 지형과 적폐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받아쓰고 보기, 부실한 팩트체크 노력 등 정당 정치에 휘둘리는 우리 언론의 안타까운 현실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논란을 통해 유권자들은 가짜뉴스를 믿고 자기 한 표를 결심한 피해자가 됐다. 이재명 선대위의 기만적 선동에 언론이 놀아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빈 말로 끝날 게 아니라 언론의 진정한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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