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사 '편파방송'엔 침묵… 야당에 유리해 보이는 방송 나오자 '발끈'
  •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국회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엊그제 "종편에 대선 개입을 그만할 것을 촉구한다. 국회 과방위원장으로서 엄중히 경고한다"고 날을 세웠다. 다분히 협박성 멘트로 보였다.

    이 의원이 이토록 흥분한 이유는 '김혜경 172분 대 김건희 17분…종편 보도 왜 이럴까'란 제목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보고서를 본 탓이다. 그는 이 보고서를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종편이 그동안 보인 방송으로서의 편향성 등에 대해 방통위도 어느 정도는 너그러웠다고 생각한다"며 "칼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여기 종편들은 모두 재승인 탈락 대상이다. 정도껏 하자"고 했다.

    정도껏 해야 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 의원이다. 자기당 대선후보에 대한 도 넘은 충성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정치인이 언론사를 향해 이렇게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협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언론계에서 언론자유에 대한 협박을 이유로 퇴출을 요구하는 성명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 의원의 종편탓이 뜬금없다고 느끼는 것은 이 의원이 평소 TBS 김어준, KBS의 주진우, MBC 김종배 YTN 변상욱 등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드러내는 노골적인 편향성에는 침묵했기 때문이다.

    여당에 유리한 방송에는 침묵하다 야당에 유리해 보이는 방송에만 발끈하는 여당 정치인의 편향성 주장에 공감을 표시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장악한 공영방송에서 하는 친정부 방송은 정상이지만 자신들이 세세하게 컨트롤하지 못하는 민영방송에서의 여권 비판은 불공정하고 편향적이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시각에 불과하다고 느낄 것이다.

    202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했던 이 의원은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에 나가 "문재인 정부의 순항과 성공을 위해 전체주의, 독재와 같은 비난을 일삼는 윤석열 검찰총장 같은 사람들은 뽑혀 나가야 한다"는 말로 야당 대선후보인 윤 후보를 향해 일찌감치 적개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눈 먼 충성심과 윤 후보에 대한 사감이 균형을 잃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공정성, 객관성, 형평성과 거리가 먼 민언련 보고서


    이 의원이 공유한 민언련 보고서도 문제가 있다. 민언련은 특정기간 종편4사 시사대담에서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와 윤석열 후보 김건희 씨 이슈를 얼마나 다뤘는지 모니터를 했는데, 그 결과 평균 김혜경 씨 의혹을 다룬 시간이 172분인데 비해 김건희 씨 의혹을 다룬 시간이 17분이었다며, 김혜경 씨에 대해선 10배가 넘는 시간을 더 할애했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건 양 김씨에 대한 의혹에서 김혜경 씨가 김건희 씨를 압도해서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 중 굵직한 것만 해도 김혜경 씨 낙상 사고 의혹에 황제의전 논란, 법인카드 유용 의혹 그리고 해명과정에서 가지치기하며 불거진 온갖 연관 의혹들까지 김건희 씨와 비교할 수준을 넘었다.

    두 사람에 제기된 의혹 건수 자체가 크게 차이가 나는데, 시간으로 기계적인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건 달리 말해 종편이 김혜경 씨 의혹을 다뤄선 안 된다는 주장과 같다. 이런 저런 의혹이 불거져도 닥치고 축소 보도해야한다는 뜻이다.

    그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사가 취해야 할 자세일까? 기계적 공정을 위해? 이렇게 반문한다면 민언련조차도 그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 의원이 생각하는 ‘칼 같은 잣대’가 남에게만 쓰이는 내로남불 잣대가 아니라면 민언련 보고서만 보지 말고 다른 한편에서 진행 중인 대선 모니터 보고서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작년 12월 발족한 후로 언론 모니터를 하고 있는 ‘국민감시단’ 단체 보고서에 의하면 KBS·MBC·연합뉴스·YTN·TBS 등 5개 공영방송은 김혜경 씨 비위 의혹은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작년부터 지금까지 야당 대선 후보 부인과 장모와 관련된 의혹을 부각시키면서 선거에 개입하는 편파성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 야당 정치인 중엔 편파보도에 항의할지언정 재승인 탈락 운운하며 협박한 정치인은 없다. 그럴 힘이 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 의원이 여당 권력을 과시하며 언론탄압을 공공연히 협박했다는 얘기다. 이 의원 발언에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부터 재승인 취소시켜야 한다’며 여론이 대부분 차가운 반응의 보이는 이유가 뭔지 깊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