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여전히 예전에 안철수 후보가 말했던 새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안철수에게 가장 필요한건 본인의 리더십을 꾸준하게 보여주는것이 아닐까
  • 나는 자식을 둘 둔 마흔일곱살의 유권자이다. 대통령 선거 만큼은 항상 관심이 많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으며 그가 탄핵 당했을 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촛불시위에도 나가보았다.

    요즘 불현듯 공직 생활을 하셨던 집안 어른이 퇴임하면서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정치는 내가 하고 싶을때 하면 너무 힘들지만 국민이 원할 때는 하기 싫어도 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때는 무슨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해가 된다. 시대정신은 너무 빨리 변하고 그에 걸맞은 대통령의 모습도 변할 수밖에 없는데, 내가 지금 하는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직책만을 목표로 하는 삶은 참 허망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대통령을 목표로 하고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 본인이 맡은 일을 꾸준히 하다보니 국민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시대적 부름 속에서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다. 그가 검찰총장이 되려고 선배들과 장관에게 항명을 했다거나 대통령이 되려고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대단한 일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 기준에 맞게 일을 해왔을뿐인데. 많은 국민들이 다음 대통령이 갖춰야할 덕목으로 이런 모습을 원했고, 정부의 연이은 실정 때문에 정권교체의 적임자로 윤석열을 택했다.

    안철수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다. 안철수가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 새로운 정치 변화를 기대 했었으나, 몇번의 사퇴 이후 기억에서 멀어진 사람이 되었다.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사는 나같은 보통 시민들의 기억에선 멀어진 이름이 되었다. 그러다 대선철이 돌아왔고 윤석열과의 단일화 이슈로 다시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보다 먼저 정치를 시작하고 인지도도 더 높았던 안철수는 왜 윤석열의 5분의 1 정도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는 것일까? 그 답은 꾸준함에 있는 것 같다. 안철수는 의사 출신으로 IT 사업도 성공했다. 선거 때만 등장해서 승부를 보려고 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이 할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왔더라면 어땠을까? 2020년 3월 대구에서 코로나가 창궐 했을 때 안철수가 했던 의료봉사를 2년동안 꾸준히 지속했다면, 지금 가장 큰 이슈인 코로나 정국과 정권교체를 모두 등에 업고 지금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얻었을 것이다. 어쩌면 윤석열은 안철수의 지지율이 더 높았더라면 굳이 정치참여선언을 하지않고 본인이 맡은 책무만 마무리했을 것이다. 윤석열이 모 인터뷰에서 '대선 도전은 딱 한 번뿐이다. 두 번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한걸 보면 윤석열은 대통령이란 직책은 본인이 원할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불러줘야만 할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다.

    국민들은 여전히 예전에 안철수 후보가 말했던 새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안철수에게 가장 필요한건 본인의 리더십을 꾸준하게 보여주는것이 아닐까. 안철수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어느 하나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시대정신에 의해 소환되는 선명한 이미지가 없다. 윤석열과 함께 손을 잡고 다음 정부에서 책임감 있게 국정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가장 유력한 여권의 대선후보가 될 것이다. 분명히 국민들이 윤석열을 불러냈듯, 안철수를 호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