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 포기하고, 고통받은 언론인 모두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 ▲ 양승동 전 KBS 사장. ⓒ뉴데일리
    ▲ 양승동 전 KBS 사장. ⓒ뉴데일리
    양승동 전 KBS 사장이 며칠 전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의 2심 재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양 전 사장이 취업 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운영했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은 이 소식을 보도한 친정부 매체들은 진미위가 ‘KBS 정상화를 목적으로 설립’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그들만의 입장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정상화란 김제동과 같은 어용 방송인들에게 수신료로 고액을 주어 프로그램을 맡겨 정권을 옹호한 것이고 보도국 기자들이 정치공작이나 다름없는 권언유착 오보 사태를 일으킨 것이고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생태탕’ 억지 보도로 야당 정치세력에 생트집이나 잡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문 대통령으로 번질까 태양광 의혹을 다룬 시사프로그램 재방송을 틀어막는 일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게 친정부 매체들이 정상화 되었다고 하는, 혹은 정상화로 나아간다는 KBS에서 그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진미위란 불법 기구는 이러한 보도를 위한 일종의 사전정지작업 차원에서 만들어진 불법기구였다. 2018년 KBS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진미위를 만들어 운영 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양승동 전 사장은 진미위 운영규칙이 직원들, 정확히는 일부 직원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비언론노조 직원들에 매우 불리할 수 있는데도 전반적인 법률 검토를 거치지 않고 일부 우호적인 법률 조언만을 듣고 일방적으로 만들었다.

    그는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구성원의 의견을 사내 게시판을 통해 접수·청취하기만 했다고 한다. 자신이 하려는 행위의 합법 여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정치보복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양 전 사장의 고의성 여부는 2심 법원도 인정했다. "사내 변호사와 외부 법무법인의 자문을 거쳤지만, 운영 규정의 전반적인 법률 검토를 맡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고, 여러 사정과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충분한 고의가 인정된다"는 판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승동 전 사장·김의철 현 사장, 모두 사과해야

    다시 강조하지만 진미위는 과거 정권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거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이슈에서 언론노조가 원하는 논조로 보도하지 않았던 비언론노조 직원들에 보복하기 위해 만든 기구였다는 것이 진미위 사태의 실체적이고 총체적인 진실이다.

    비언론노조원들은 대부분 과거 보수 정권 시절 KBS를 1등 공영방송으로 만들고자 열심히 뛰었던 소위 보수 성향의 직원들이 많았고, 그런 이유로 현 정권 정치세력과 언론노조의 타깃이 되거나 밉보인 경우가 많았다.

    양승동 사장 체제에서 첫 보도본부장을 맡았던 현 김의철 사장은 진미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동료 후배들을 상대로 보복 작업을 벌였던 가해 당사자였다. 이번 양승동 전 사장의 유죄는 김의철 사장의 유죄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당연히 김 사장이 판결 결과에 따라 진미위 사태로 인해 벌어진 모든 상처를 회복시키고 보상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양 전 사장 측은 재판에서 "진미위 운영 규정은 과거 정부 언론장악으로 인한 공정성 침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기 때문에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연하다. 백번 양보해 과거 정부에서 언론장악으로 인한 공정성 침해가 있었다 치자. 그렇다면 얼마든지 상식적 차원에서 다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법률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전직원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밀어붙여 운영규정을 만들고 징계를 강행한 것은, 진미위 설치가 오직 정치보복에 목적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양 전 사장은 2심 판결문을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봤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양 전 사장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양 전 사장이 할 일은 상고를 포기하고 자신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KBS 언론인들을 향해 진심으로 머리를 숙여 사과하는 것이다. 그것조차 없으면 그동안 긴 시간 피눈물을 흘렸던 그들의 마음을 결코 위로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