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양비론'으로 언론탄압 들먹… 이재익 하차 사건 묻혀
  • SBS 이재익 PD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에서 한 발언이 이재명 대선후보 비판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사건에서 필자의 관심을 끈 대목은 따로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언론탄압이라는 여론이 높아지며 파장이 커지자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등(그 외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6개 단체가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2월 8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선캠프 언론겁박 규탄’이라는 제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거대 정당은 한 달 남짓 16차례에 걸쳐 정치적 편향성,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 등을 이유로 언론사뿐 아니라 기자와 PD에게까지 노골적 압력을 행사해 왔다”는 내용이다.

    또 “대선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고 취재 보도하는 것은 민주국가라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언론의 책무이자, 시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필수적 기능이다. 대선 캠프와 정치세력이 언론을 부당하게 겁박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알 권리와 말할 권리를 제한해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불순한 표 계산에 다름 아니”라며 “지난 한 달의 사태는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향후 5년 동안 언론장악과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해야 할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도 포함이 돼 있다.

    이들의 대응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방송사가 한 프로그램 PD의 발언을 문제 삼아 특정 정당으로부터 고소 등 사실상의 협박을 받고 PD를 프로그램에서 즉각 하차시킨 사건인데, 왜 ‘언론자유의 투사’들인 언론노조 등이 ‘이놈도 나쁘고 저놈도 나쁘다’는 식으로 양당을 끌어들여 동시 비판하는가 하는 점이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어디선가 양비론을 들고나오는 경우는 보통 여론을 물타기 하려는 목적으로 펼쳐진다.

    이들 주장이 틀린 건 아니다. 국민의힘은 김어준의 TBS, 변상욱의 YTN 그리고 KBS MBC 양대 공영방송 등 보도에 종종 편파 항의를 해왔다. 하지만 그건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대장동 게이트 의혹 보도 언론사들을 향해 이런저런 항의하고 언중위 제소로 겁박했다. 보도에 의하면 언론노조 등은 기자회견에서 대선후보 캠프의 언론사 압박 일지라는 걸 공개했다고 한다. 그 자료에 의하면 국민의힘 압박행위는 12건이고 더불어민주당은 4건에 불과했다. 표면상으로는 국민의힘 압박사례가 민주당의 3배에 달한다.

    그러나 양비론에다 이런 자료까지 공개하는데는 보통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것도 진실이다. 뜬금없는 자료 공개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이재익 PD 하차 사건’ 파장을 잠재우기 위한 국민 눈 속이기 용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민주당 쉴드용’이라는 얘기다. 왜 그럴까. 첫째 이미 지적했듯 언론노조 등은 이재익 PD 사건은 건드리지도 않고 양비론을 들고 나왔다. 이 PD가 자기 프로그램에서 이재명 후보를 비판했다는 내용은 별것도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식적인 내용이었다.

    특정세력과 유착한 언론? 대한민국 언론계 부조리한 현실 다시 보여주는 사건

    민주당이 문제 삼은 것은 이 PD가 DJ DOC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를 트는 와중에 노래 가사 중 일부인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를 소개한 것이 이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PD 말대로 이런 비판은 여야 모두가 해당하는, 선거 시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식적인 비판이다. 여야 정치권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내로남불 신공을 발휘하지 않는 세력이 있었나.

    이 PD는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되겠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청취자 여러분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특정 후보 이름을 언급하거나 힌트를 준 것도 아니고, 내로남불은 제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4명의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노래를 틀고 선곡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하라고 청취자들에게 맡기는 방식도 수없이 했던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과 이 PD 양쪽 모두의 주장을 종합하면 결국 민주당이 자기들 특유의 '궁예관심법'으로, 이 후보를 비판한 것이겠거니 짐작해 이 PD 윗선인 SBS 라디오팀장, 라디오센터장에 고소 협박을 넣었다가 이 PD가 하차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스스로 뜨끔해 벌어진 사달이라는 얘기다. 언론노조 세력은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사건 핵심 내용은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둘째 그들의 양비론으로 득을 볼 쪽은 민주당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은 언론인들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비해 3배까지 더 많은 항의를 했다고 하니 국힘이 더 나쁘다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재익 PD 사건으로 인한 언론탄압의 심각성은 묻히게 된다. 민주당의 명백한 언론탄압 사건을 이슈화하기는커녕 묻히게 하니 언론노조가 또 민주당 도우미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잘못을 가려주는 물타기의 증거다.

    셋째 국민의힘이 언론압박을 더 많이 했다지만 정작 언론 탄압사건은 민주당에 의해 발생했는데 이런 사실은 비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언론 보도 대상인 정치세력이 항의한다고 그것이 모두 언론을 압박하는 부적절한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국민처럼 정치권도 보도가 편파적이고 부당하다고 느끼면 얼마든지 항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결과다. 노골적인 민주당 스피커라 할 수 있는 김어준, 이동형, 변상욱, 주진우 등을 비롯해 이른바 좌파에 기운 다른 인사들이 국민의힘 비판 한마디 했다고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뺏기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데, 민주당 비판처럼 들렸다고(!) 진행자가 프로그램에서 쫓겨나는 일이 민주당에 의해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언론노조는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선 결코 입을 열지 않는다. 이재익 PD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헐레벌떡 연 기자회견이 실은 민주당이 욕을 덜 먹도록 보호하기 위한 물타기용이라고 필자가 보는 이유다. 민주당과 언론노조가 한패라고 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참 한심한 대한민국 언론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