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영역'까지 국가가 일일이 심의하고 통제… 설교 내용 꼬투리 잡는 건 나치식 검열
  • ▲ 두레공동체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김진홍 목사. ⓒ뉴데일리
    ▲ 두레공동체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김진홍 목사. ⓒ뉴데일리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CTS 기독교TV의 작년 11월 14일 방송 ‘김진홍 목사의 새벽을 깨우리로다’에 법정제재 ‘경고’를 의결했다. 김진홍 목사가 이 방송에서 “사회주의가 흔들고 공산주의가 흔들고 그릇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이 나라를 흔들려고 해도 국민들의 기본적인 정신 상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에 뽑히는 사람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존중, 법치 등을 제대로 실현할 사람이어야 한다”, “3월 9일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해야 그런 걸 해나갈 수 있다”는 등으로 정권교체를 주장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기독교 방송, 불교방송 등 종교계의 미디어 플랫폼 콘텐츠 내용까지 국가에서 일일이 심의하고 통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종교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가급적 내부에서 알아서 해결 할 일이지 그것이 불법이 아닌 이상 갈등이든 싸움이든 생각의 차이든 타협하고 수습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종교계도 내부의 일을 사사건건 법정으로 가져가거나 일일이 국가 판단을 요구하며 기대는 행위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개인적 소신을 갖고 있다. 물론 종교계 스스로 정치개입 오해를 살 여지를 줘선 안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방위가 김진홍 목사의 설교 방송을 다루는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판단이다.

    설령 김 목사의 설교 내용 중 정치적인 오해를 살 수 있는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종류의 심의 안건은 자체적으로 기각처리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CTS가 극히 소수가 보는 종교방송이라는 점, 국가가 종교의 영역에서 개신교 목사의 설교 내용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심의하는 것은 나치식 검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원칙론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만일 이런 종류의 심의가 옳다면 CTS보다 더 광범위하게 큰 영향을 미치는 기독교 방송 CBS가 지상파 라디오 방송 ‘김현정의 뉴스쇼’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간 정치적 편향성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대해서도 선방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방통위가 일찌감치 태클을 걸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정부는 안 하고 있지 않나.

    정치적 편견에 찌든 선관위, 궁예관심법 자랑하나


    기독교 방송을 표방하면서도 CTS보다 훨씬 세속적이고 더욱 막강한 정치적 영향을 행사하는 CBS는 과거에도 멀쩡했고 지금도 편파적인 방송 콘텐츠들이 별 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방송만 잘하고 있다. 게다가 언론이 소개한 CTS 서면진술서에 의하면 김진홍 목사의 설교 내용도 편집과정에서 문제가 될 정치적 주장은 삭제하고 방송했다고 한다. “편집 과정에서 특정 정당 및 후보 이름을 삭제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필자가 보기에도 CTS의 해명은 상식적이다. 특정 정당과 후보 이름을 삭제하고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안 된다는 것,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존중, 법치존중의 후보로 정권교체를 하자는 김 목사의 주장을 방송한 게 무슨 문제가 있나. 선방위는 김 목사의 설교 내용이 야당 대선후보 선택을 유도하는 정치발언이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렇다면 여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인권과 법치를 무시하는 반헌법 위헌정당이라도 된다는 뜻인가.

    지금 선방위는 더불어민주당이 반역정당이라고 돌려 까 얘기하는 것인가.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후보 당선도 정권교체’라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다니고 있다. 김진홍 목사의 설교 내용은 여야 후보 양측이 공히 주장하고 따르는 대한민국 헌법 내용이라는 얘기다. 편견과 궁예 관심법으로 무장한 엉터리 선방위의 정치심의가 황당한 코미디 한편을 만들었다.

    선방위가 이런 식으로 종교인의 입마저도 재갈을 물리겠다는 요량으로 정치심의를 남발할 작정이면 차라리 해체하기 바란다. 공영방송 TBS “1합시다” 사전선거운동도 문제없고 작년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죽이기용 생태탕만 끓여대던 KBS의 노골적인 편파선거보도도 문제없고 ‘검언유착’으로 대놓고 정치공작에 뛰어든 MBC 보도도 아무 문제없다는 외눈박이들이 무슨 공정과 객관성과 형평성을 논의할 수 있겠나.

    권혁남 선거방송심의위원장은 “제가 지금까지 선거기간 동안 경험한 최악의 방송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단다. 필자는 권 위원장의 선방위야말로 상식과 보편은 눈을 뜨고 찾아 볼 수 없는, 지금까지 경험한 최악의 선방위라는 말로 돌려주고 싶다. 선방위 당신들 눈의 들보부터 챙겨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