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선동보도'에 대한 반성·사과 대신, 진영에 대한 '충성다짐'만 담아
  • ▲ 김의철(좌) KBS 사장과 박성제 MBC 사장. ⓒ뉴시스·KBS, MBC 제공
    ▲ 김의철(좌) KBS 사장과 박성제 MBC 사장. ⓒ뉴시스·KBS, MBC 제공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이라 할 KBS MBC 사장의 신년 인사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두 방송사를 오랫동안 관심 갖고 지켜봐 온 필자로서 두 사람의 신년사에 담긴 오만함과 뻔뻔함을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필자와 같은 평범한 국민이 신년에 덕담을 건넬 수 있도록 그동안 제 역할을 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시청자 국민이 주문하지도 않은 생태탕을 끊여대거나 검언유착 소설이나 써대는 상징적인 사건들이 지난 1년 동안 공영방송사라는 곳들이 해온 일이었다. 그러한 모습을 지켜본 필자로선 공영방송 사장들의 신년사에 담긴 선언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KBS 김의철 사장의 신년사부터 들여다보자. 김 사장의 일성은 “KBS 독립성을 해치는 지배구조 문제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대외적으로도 제가 할 일을 피하지 않겠다. KBS 독립성을 해치는 지배구조 문제, 여러분이 신명나게 일하는데 방해되는 낡은 법제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공영성과 신뢰성을 바탕에 둔 콘텐츠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흔히 KBS를 ‘주인 없는 회사’라 칭한다. 주인의식 없고 추진력 약하다는 자조적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시청자, 협력사, 스태프, 그리고 동료 여러분 모두가 주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며 “그 어떤 호기로운 구호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신뢰하지 않고, 국민이 외면하는 KBS는 무의미하다. 오늘 우리들의 눈과 귀가 국민을 향해야 하는 까닭”이라고 한 관련 매체가 전했다.

    김 사장의 신년사는 잘 봐줘야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KBS가 저지른, 정치공작에 가까운 오보 등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실과미래위원회란 불법적 기구를 만들어 문재인식 적폐청산 칼을 휘두른 결과 무고한 희생자, 탄압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사과 한마디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진미위를 진두지휘하여 십 수명의 동료 부하 언론인들을 무리하게 해임 등 중징계를 이끈 주동자 출신이라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들의 징계는 부당하다는 것이 법원 판결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속된 말로 진미위가 싼 똥을 치우기는커녕 수년 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국민통합에 기여해야 할 KBS 사장이 공영성, 신뢰성 운운하는 것은 대국민 기만 아닌가. 입만 번지르르하게 연기해선 곤란하다. 이제라도 진미위 불법 활동에 대해 피해 직원들에 사과하고 정당하게 대우해줘야 한다.

    그리고 작년 4월 보궐선거 보도에서 저지른 소위 ‘생태탕 편파’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 올해 3월이면 대선이 치러지고 6월에 곧바로 지방선거가 이어진다. 작년의 KBS 보도식이라면 올해 대선은 안 봐도 비디오다.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 그 부분에 대해 염려를 덜어주는 내용이 신년사엔 전혀 담기지 않았다. 그래놓고 ‘국민이 신뢰하지 않고, 국민이 외면하는 KBS는 무의미’하다고 해봐야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래놓고 KBS의 독립성을 위한 지배구조 운운해봐야 또 다른 대국민 사기일 뿐이다.

    국민은 빠진, 패거리 의식 가득한 부실 신년사

    MBC 박성제 사장도 MBC의 공영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관련 매체 보도에 의하면 박 사장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경영진이 흔들리고 사원들이 동요하는 시스템 아래에서는 저널리즘 신뢰는 물론 콘텐츠 경쟁력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박 사장은 또 "MBC가 왜 공영방송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방문진이라는 공적기관이 대주주로 존재하고 방문진법을 통해 공적인 관리감독을 받는다는 점을 먼저 들 수 있다. MBC의 소유와 경영이 공적인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방문진은 국민을 대리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공기업의 주인이 정부가 아니라 국민인 것처럼, MBC의 주인 역시 방문진이 아니라 국민인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보도에 의하면 박 사장은 방문진이라는 엄연한 공적 기구를 통해 관리받고 있으니 MBC는 확고부동한 공영방송이라는 논지로 이야기했다.

    박 사장이 MBC의 확고부동한 공영 정체성의 증거처럼 내세운 방문진은 어떻게 탄생한 기관인가.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과정에서 만들어진 비정상 기관 아닌가. 이런 과거사를 오욕의 역사로 생각할 게 틀림없는 박 사장이 그런 부조리의 산물인 방문진을 마치 MBC 공영화의 근거처럼 떠받드는 모습을 보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박 사장은 정권마다 MBC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저널리즘의 신뢰가 추락하고 콘텐츠 경쟁력이 하락하는 원인을 지배구조 탓으로 돌리는데, 그것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우리가 과거 보수정권과 노무현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확인했다.

    박 사장 신념사에 담겼어야 할 내용은 그런 반쪽짜리 진실이 아니라 “(조국 수호집회) 딱 봐도 100만”이라는 자신의 외눈박이 시각과, 그것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검언유착 선동보도, 정상화위원회라는 사내 기구를 만들어 정치 보복을 가해 피해자를 양산했던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다. 이제 결론이다. 두 공영방송 사장들의 신년사는 수준 이하다. 반드시 담아야 할 핵심 내용은 빠지고 패거리 의식만 가득한 자기들 진영에 대한 충성 다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