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비어천가 부르던 KBS… 이젠 명비어천가 부르며 아부""일요진단·더라이브 통해 이재명 '변명·홍보의 장' 만들어"
  • ▲ 지난 27일 KBS1에서 방영된 시사토크쇼 '더 라이브'. ⓒ'더 라이브' 방송 화면 캡처
    ▲ 지난 27일 KBS1에서 방영된 시사토크쇼 '더 라이브'. ⓒ'더 라이브' 방송 화면 캡처
    제1야당과 윤석열 대선후보에 적의를 보였던 김의철 KBS 사장이 드디어 작전(?)을 개시한 모양이다. KBS노동조합이 낸 최근 성명에 의하면 KBS는 간판 시사프로그램 중 하나인 <일요진단> 26일 방송을 이용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함께 출연시켜 대장동 게이트 변명의 장을 마련해줬다. 다른 시사토크프로그램인 <더라이브> 27일 방송에서도 이 후보가 단독으로 출연해 30분 이상 자기 홍보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사장이 되기 전부터 야권을 향해 ‘적폐세력’ 운운하던 그를 많은 사람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 정권은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며 윤 후보가 대선출마를 선언하자 김 사장은 자신의 SNS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나...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그런 말을 그대로 받아쓰는 사람들이나...”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이전에도 그는 SNS에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KBS 이사가 소수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적폐세력들의 움직임 속에서 승리의 날이 가까이 왔음이 감지되고 있다”라는 글을 공공연하게 올리기도 했다.

    강원도 고성산불이 크게 번질 때 재난방송 대신 대깨문 헌정방송 ‘오늘밤 김제동’을 틀거나 의혹의 줄기가 문재인 대통령 턱밑까지 올라갈 뻔 했던 <시사기획 창- 복마전 태양광사업> 재방이 돌연 취소됐던 사건은 그가 KBS 보도본부장 등 보도라인 핵심에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소개한다는 핑계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로고가 합성된 ‘NO 안뽑아요’가 송출되는 황당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김의철 사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편파의 대명사 정연주 전 사장 라인을 부활시킨 일이었다. 그리고 김 사장이 단행한 보도본부 수뇌부 손모 보도본부장, 안 모 시사제작국장이 함께 곧바로 만든 편성이 <KBS일요진단>이다.

    이 프로그램 26일 방송은 그야말로 '이재명 판'이었다고 한다. KBS노동조합에 의하면 원래 출연계획이 없다 갑자기 편성됐다. 그것도 대장동 게이트 이 후보와의 연관성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연거푸 자살했는데, 프로그램 진행자는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은 거의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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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범계 장관은 대체 왜 출연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박 장관은 “결국은 최종적으로는 정치권이, 여의도가, 국회가 저는 모든 주제를 다 망라한 범위에 있어서 시비가 없는 그러한 특검은 고려해볼 수 있으나 그 외의 특검은 사실상 어렵지 않느냐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라며 이재명 후보의 입장만 강화시켜줬다.

    법무부 장관이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여당 대선후보의 소위 ‘쉴드’나 쳐주고 홍보하는 꼴이니 집권세력이 국민을 지옥의 나락으로 끌고 가는 베네수엘라 국영방송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문제는 대선을 두 달 앞두고 KBS가 여당 대선후보의 가장 치명적인 의혹 털기에 도우미로 나섰다는 점이다. 적폐세력의 부활을 경계한다는 김의철 사장에 좀 묻자. 그래서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등 다른 대선 후보들은 언제 출연시킬 텐가? 방송법은 물론이고 선거방송심의규정 등 관련 법규에는 공정성, 객관성, 형평성, 균등한 기회부여 등 선거방송이 반드시 지켜야할 법이 있다.

    김 사장이 윤석열 후보 등 다른 후보들의 여러 의혹들에 관해 이재명 후보와 똑같은 분량, 같은 방향성의 내용으로 방송하지 않는다면, KBS는 분명 이 후보에게만 특혜를 베푼 것이 된다.

    김 사장은 사장이 되기 전이나 취임 직후에도 자기 소신인양 KBS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했다. 사장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KBS가 명비어천가를 부르도록 만드는 것이 그렇게 내세우던 정치적 독립인가.

    <더라이브>도 이 후보가 완전히 자기 입장만을 국민에게 해명하거나 어필할 수 있는 홍보 기회였다는 것이 KBS 내부 많은 직원들의 관점이다. 더구나 방송화면에 댓글 창을 띄워 대놓고 지지자들의 지지를 유도했다는 게 KBS 노동조합의 지적이다. 연예인 출연도 아니고 대선이란 민감한 시기에 집권당 후보자가 출연한 시사프로그램에 굳이 실시간 댓글 창을 띄워 지지자들의 지지를 유도한 이유가 뭔가. 또 다른 여론선동 아닌가.

    어느 모로 보나 지금 KBS는 이재명 대선후보 띄우기 작전을 수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김의철 사장은 이런 불공정 편파방송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 또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기회를 보장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답해야 한다. 정말 진부한 말이지만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