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실무자로 일한 것밖에 없어… 징계·고발·손배 청구에 충격, 억울해 했다""형이 '유한기도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로 고인 됐다'고 말해"… 유서는 못 찾아
  • ▲ 21일 숨진 채 발견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빈소. ⓒ정상윤 기자
    ▲ 21일 숨진 채 발견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빈소. ⓒ정상윤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경의 조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유족이 억울함을 밝혔다. 김 처장이 부서장 직책을 맡았지만 결정권자의 승인 없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단순 실무자였다는 취지다.

    김 처장의 동생 김모 씨는 22일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은 줄곧 '실무자로서 일한 것밖에 없다'고 하며 억울해 했다"며 "특히 사측이 자신을 중징계하는 것도 모자라 형사고발하고 손해배상청구까지 한다는 얘기를 나에게도 해줬는데 회사의 이런 조치로 충격을 크게 받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 처장이 숨지기 하루 전 함께 점심을 먹을 당시 밥을 떠 먹여 줘야 했을 정도로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한기도 책임 못 져 돌아가셔" 유언

    김씨는 "형이 고인이 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을 언급했었는데, 그분이 돌아가신 이유가 '책임을 질 수 없어서'라고도 했다"며 "공사 측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징계와 형사고발 등 방법으로) 부서장이었던 형에게 대외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 게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가 형을 고발 조치한다는 말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10㎏ 정도 몸무게가 빠질 정도였다"면서 "형과 마지막 통화 했던 것은 어제(21일) 오후 4시였다. 잘못하면 오명 쓰고 명예를 잃게 된다고 하니 형이 '00아, 알았어'라고 했다.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형이) 네 군데서 조사 받았다. 두 군데 검찰, 한 군데 경찰, 한 군데 공사 감사실까지 네 군데 받았다. 육체 건강하고 정신 맑은 사람이라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여야 정치권이 내놓는 견해에 따른 취재진의 질문에 "현재 여권이고 야권이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다만 작은형이 왜 그렇게 부서장이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지고 가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형이 왜 모든 책임 지고 가야 하나"… 유서는 못 찾아

    김 처장을 겨냥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수사기관의 조사 방식에도 동생은 불만을 내비쳤다. "검찰과 경찰이 개인 하나를 두고 몇 번씩 참고인조사를 하다 보니 형이 현직 실무자로서 중압감을 크게 받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 같다"고 언급한 김씨는 "자세한 조사 내용은 모르지만 수사기관이 형의 업무영역이 아닌 것까지 '하지 않았느냐'는 식의 질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러면서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형이 가족을 등지고, 세상을 등졌다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라며 "형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형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 나라, 이 정권, 모든 것이 원망스럽다"고 울먹였다.

    김 처장은 전날인 21일 오후 8시30분쯤 성남도개공 사옥 1층 사무실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부검할 예정이다. 유서는 현재까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처장은 올 초까지 대장동 개발 실무 책임을 맡았다. 구속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핵심 인물이라는 의혹을 받아 검찰과 경찰로부터 여러 차례 참고인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