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마지막까지 가급적 대화를 통해 접근할 것"모리슨 "한반도 자유와 안정은 타협의 대상 아니야"우회적으로 쿼드 가입 모리슨 요청에…文은 원론적 입장만文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검토하지 않아"
  • ▲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호주 공동기자회견에서 스콧 모리슨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뉴시스
    ▲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호주 공동기자회견에서 스콧 모리슨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뉴시스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종전선언'을 두고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강조한 반면 모리슨 총리는 '비타협'을 강하게 주장했다.

    文 "조속한 대화 재개되도록 노력할 것"

    문 대통령은 13일 한-호주 정상회담 직후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종전선언 구상과 관련 "우리 정부는 마지막까지 가급적 대화를 통해 접근이 이뤄지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이 모두 원론적인,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다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근본적으로 철회하는 것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해 아직 대화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종전선언은 그 자체가 궁극적 목표가 아니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려면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련국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70년 가까이 지속된 불안정한 정전체제 종식의 의미에 더해 남·북·미 간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에, 북미 간에 조속한 대화가 재개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모리슨 총리 "한반도의 자유, 타협해서는 안 돼"

    반면 모리슨 총리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타협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자유와 안정을 한반도에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특히 "호주는 (한반도 문제를) 그냥 관망하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한국전쟁 발발 시 미국 다음으로 파병한 국가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논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제재와 관련, 북한과 대화를 강조했지만, 사실상 미국의 대북 방침을 옹호하며 호주의 '역할론'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호주가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모리슨 총리의 발언은 한국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중국이나 북한의 처지를 고려해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모리슨 총리는 "문 대통령의 야심찬 목표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의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남북관계에서) 실망한 일도 있었지만 해결을 위해 다시 노력하는 것"이라며 "호주정부도 지속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리슨 총리는 또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와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협의체)는 역내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오커스를 지지해 주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요청은 없었지만 우회적으로 한국의 쿼드 참여를 당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방금 모리슨 총리께서 말씀하신 NPT 준수, 오커스·쿼드 등의 문제들과 관련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용되기를 기대한다"고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文대통령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검토 안 해"

    문 대통령은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문제관련해서는 "한국정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보이콧에) 참가하라는 권유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호주 등 오커스 국가들이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중국과 관계를 고려할 때 선제적으로 보이콧에 동참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호주가 보이콧 선언을 한 것은) 호주가 주권국가로서 자주적으로 결정할 문제이고, 한국은 그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오늘 호주 국빈방문은 중국에 대한 입장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대중국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한미동맹이 외교와 안보의 근간"이라면서도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중국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