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시공사 전 본부장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 포천서 1286세대 도시개발 사업민간사업자 선정해 SPC 설립… 공사가 51%, 민간사업자가 49% 지분 '대장동식 개발' 성남서도 도시개발, 포천서도 도시개발… 野 "하루 만에 뚝딱 심사, 진실 밝혀라"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에서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에서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의뜰'을 사업계획서 제출 하루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는 심사에 참여했던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포천에서 대장동 개발과 유사한 방식의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천도시공사는 지난 3월 포천시 내촌면 내리 일대 부지 8만1682㎡에 아파트 1286가구(25평형 435가구, 30평형 343가구, 34평형 508가구)를 건립하는 내촌도시개발사업을 민·관 공동개발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한 후 공사가 51%, 민간사업자 49%의 지분을 나누는 방식이다. 

    50+1 민·관 공동 개발 방식으로 사업 추진

    포천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유 사장은 지난 6월 포천시의회의 포천도시공사 행정사무감사에서 "내리 개발사업은 민·관 공동 사업이다. 공모 지침에 따라 민간이 자본을 대고 공사를 책임진다"며 "올해 SPC가 설립된다면 내년부터 100%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업 추진은 대장동 개발 방식과 유사하다. 성남시 판교 대장동 사업에서는 SPC로 '성남의뜰'이 선정됐다. 그런데 성남의뜰은 대장동 개발을 진행하면서 지분 7%를 가진 화천대유(1%)와 관계사인 천화동인1~7호(6%)에 3년간 4000억원가량을 배당해 논란이 됐다. 반면 지분 50%+1주를 가진 성남시는 이 사업에서 1830억원을 배당받았다.

    포천시 내촌도시개발사업을 주도하는 유 사장은 성남시 판교 대장동 개발 논란의 핵심 인물이다. 유 사장은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었다. 이후 2019년 1월 포천도시공사의 전신인 포천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같은 해 6월 공식 출범한 포천도시공사의 초대 사장이 됐다. 

    유 사장은 2015년 3월 성남의뜰이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심사에도 직접 참여했다. 당시 심사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로 이뤄졌는데, 유 사장은 절대평가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다. 

    1조5000억원 대장동 개발 사업제안서 하루 만에 심사

    그런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모든 평가가 성남의뜰이 사업계획서를 접수한 지 하루 만에 모두 이뤄졌다. 성남의뜰 등 3개의 컨소시엄이 2015년 3월26일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는데, 같은 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3시간가량 절대평가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3월27일, 4시간가량의 상대평가가 이뤄졌다. 이날 성남의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성남시의회에 따르면, 사업제안서 평가는 절대평가 점수로 상대평가를 진행하는데, 절대평가에서 점수를 몰아줬다면 상대평가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에서는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성남의뜰이 미리 사업자로 내정됐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유 사장이 주도하는 포천시 내촌면 내리도시개발사업 출자동의안(특수목적법인 출자)은 지난 6월 포천시의회에서 가결됐다. 포천도시공사는 오는 12월 도시개발 구역 지정 및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6월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 2023년 공사 착공, 오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야당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28일 통화에서 "대장동과 같은 초대형 개발사업의 사업계획서 심사를 하루 만에 끝내고, 그 불투명한 과정과 관련해 한마디도 안 하시는 분이 공사 사장이 돼 대장동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떳떳하다면 먼저 당시 사업 진행 과정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본지는 유 사장의 견해를 듣기 위해 28일 포천도시공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유 사장이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인해 검사를 받아 출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답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