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지도자 대 지도자로 이야기" 제안… 권은희 "만남도 협상단에 이임할 것" 거부국민의당, 지분 요구 안 한다면서… "당명 변경, 29곳 당협위원장 놓고 경쟁" 요구 시인
  •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강민석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강민석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 협상이 제자리걸음이다. 당초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다던 국민의당이 당명 변경과 당협위원장 등 자리를 원하고 나서면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통 큰 합의'를 위해 양당 대표 간 회동을 제안했으나, 국민의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공전을 계속했다.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협상 제자리

    국민의당 실무협상단장인 권은희 원내대표는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의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을 통합하겠다는 자세로 합당에 임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단순히 세 불리기로 인식하고 있다"며 힘들고 고민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합당 실무협상단에 따르면, 국민의당 측은 당명 변경과 주요 지역 당협위원장직,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직, 국민의당 인사가 합류하는 '대통령후보선출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지난 서울시장보궐선거 경선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합당을 약속하며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바 있지만, 방침을 변경해 조건을 제시하며 당 대 당 합당을 고집하는 것이다.

    당명 변경, 싱크탱크 원장 직 요구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우리 당이 요구하지 않은 사항들을 열거한다"면서도 "당명 변경은 통합의 상징이기 때문에 요구했고, 여의도연구원장은 국민의당도 마찬가지의 당 기구인 국민미래연구원장이 있다. 당협위원장도 29명의 지역위원장이 있어 공동으로 임명하고, 공동 임명에 난색을 보이면 경쟁을 통해 적합한 1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얘기했다"며 사실상 지분 요구를 인정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달 17일 전국 29개 선거구 지역위원장을 선정했다. 당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임명안 의결을 보류했으나, 전격적으로 의결하며 '알박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당은 또 대통령후보선출위원회 설치를 합당의 필수조건으로 내걸었다. 대선후보로 꼽히는 안 대표가 양당이 합친 당의 후보로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 인사가 포함된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권 원내대표는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위원회가 국민의당의 통합 이유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수용되면 당명 변경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고민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제안을 했지만 국민의힘에서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조건부 합당'에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 부대변인을 역임한 국민의당 소속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서 지분을 요구한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일반 시민들 붙잡고 물어보라. 어느 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라며 "감동도 없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멋 없는 정치를 기어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당을 선언할 당시 없던 지역위원장을 선임해 놓고 지분 요구가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어 주겠는가"라고 반문한 주 의원은 "우리가 스스로 먼저 뱉어놓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명분이 없는 정치"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만나자"에 안철수 침묵

    야권 합당이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이 대표는 선제적으로 안 대표와 회동을 통해 진전 있는 합당 논의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후 "안 대표와 제가 지도자 대 지도자로 만나 얘기하는 단계가 남은 것 같다"며 "곧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현재는 양당의 논의가 30%에서 50% 정도 진행된 수준"이라며 "당 대표가 만난다 한들 다시 실무협상단에 논의를 해보라고 이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당 대표가 직접 만날 것이 아니라 이준석 대표가 실무협상단에 권한을 충분하게 줘야 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