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문체위 '언론법 개정안' 회의록 단독입수…10억 소송건 조국 입장 그대로 반영민주당 김승원 "조국 부녀 삽화 봤나… 악의·중과실 추정 규정에 그림도 넣자" 주장고의·중과실로 '추정' 되면 규제 '추정조항' 위헌 논란… 언론자유 과잉규제 우려문체부차관, 민주당 요구에 "검토하겠다" 긍정적 답변… 민주당, 이달 처리 계획
  •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조선일보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삽화 논란을 근거로 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고의·중과실 기준에 "피해자를 모욕·비방할 목적의 그림·사진·영상도 넣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조선일보가 지난달 21일자 성매매 관련 기사에 자신의 딸 조민 씨를 연상케 하는 삽화를 사용한 것과 관련, 기자와 편집책임자를 상대로 각각 5억원씩 총 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조 전 장관은 문제의 기사 보도 9일 만에 소송을 제기했고, 민주당은 그로부터 6일 만에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이에 민주당의 언론법 개정 움직임이 조 전 장관 딸 삽화 사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림도 악의·중과실" 조국 구제법 추진하는 민주당

    민주당은 지난 6일 오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소위를 열고 여당 안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을 기습상정했다.

    8일 본지가 입수한 이날 비공개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여당 의원들은 정부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을 강화하자'고 요구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향해 "조선일보의 조국 전 장관 부녀에 대한 삽화를 알고 있느냐"면서 "30조의 3 7호 정도에 '독자들에게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거나 피해자를 모욕·비방할 목적으로 그림·사진·영상을 포함하는 경우'도 악의·중과실 추정 규정의 하나로 넣는 것은 어떤지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비공개로 올라온 여당 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30조의 2)과 이의 핵심 기준인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30조의 3)이 담겼다.

    고의·중과실 추정 기준은 ▲취재원의 발언이 없는데도 허위로 인용 혹은 취재원의 발언을 왜곡 인용한 경우 ▲법률을 위반해 보도한 경우 ▲정정보도 청구 등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다르거나 제목과 기사 내용을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경우 등 6가지다. 

    김 의원의 주장은 이 기준에 '그림·사진·영상'도 넣자는 것이다.

    문체부차관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

    이에 오 차관은 "그 부분은 지금 대안으로 나온 안에는 빠져 있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니 내부적으로 한번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도 김 의원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유 의원은 "본 법안의 취지를 생각할 때 하한선이 없을 때 실제 '카더라' 또는 왜곡보도, 인격권 침해 같은 보도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싶다)"라면서 "이 법안은 거기서 문제화되면서 시작한 징벌적 손배"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실질적인 목적이 전혀 실효가 없는 것이 아닌가 굉장히 큰 우려가 된다"고도 말했다. 

    이날 소위에는 여당 위원들인 김승원·김의겸·박정·유정주 의원과 오 차관 등이 참석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달 21일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라는 제목의 기사에 조 전 장관 부녀를 연상케 하는 일러스트를 사용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같은 달 23일 페이스북에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국회는 강화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뉴데일리DB
    ▲ 조국 전 법무부장관. ⓒ뉴데일리DB
    징벌적 손배 기준 '고의·중과실' 위헌 논란도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언론법 개정안을 두고 위헌 논란도 커졌다. 헌법상 과잉규제 금지 및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과 관련해 "언론사도 사실 확인 등을 엄격히 해야겠지만, 이 조항 자체가 언론을 압박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기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매우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권 변호사는 "언론사 처지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헌법소원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할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법조단체 고위 임원을 지낸 다른 법조계 인사는 "입증 책임을 언론에 전가하는 등 언론사에 대한 과잉규제로 볼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IT 시민단체 오픈넷은 "추상적·주관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을 기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여부가 결정되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반한다"며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는 "처벌 강화로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등 부정적 측면이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의견을 냈다.

    국민의힘도 "악의적 보도 여부를 정부·여당 입맛에 따라 재단하고 결정한 다음 징벌적 손해배상을 매기겠다는 것"이라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과도한 오·남용으로 언론 취재에 재갈을 물릴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언론 관련 규제 법안을 7월 중에 처리할 방침이다. 정부도 여당 안에 동조한 상황이다. 

    오영우 제1차관은 지난 6일 비공개 소위에서 "정부는 당이 마련한 대안에 대해 특별한 이견이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