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핵심관계자 "김경수 징계 안 해"…'성범죄' 안희정·오거돈은 당일 제명 결정징계 사유 규정한 당헌·당규 어긋나… 野 "민주당, 김경수를 탄압받는 존재로 인식"김경수 징계하면 文까지 공격받아… 안희정·오거돈 아니라 김경수라 징계 못하는 것
  • ▲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 현관입구에서 대법원 유죄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 현관입구에서 대법원 유죄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포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김 전 지사 징계를 검토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안희정·오거돈 등 과거 자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물의를 일으키자 신속히 제명한 것과 대비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보는 김경수는 한명숙처럼 애틋한 존재"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김경수 징계 검토 안 하기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경수 지사에 대한 징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징계를 검토하지도 않느냐'고 묻자 "검토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전날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지사는 2016년 12월4일부터 2018년 2월1일까지 '드루킹' 김동원 씨 등이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 개에 달린 글 118만8800여 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1200여 회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김 지사의 댓글 조작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았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여론 조작 범죄 최대 수혜자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이 김 전 지사의 징계를 검토하지 않는 것은 당헌·당규와 배치된다. 민주당 당규는 중앙당 윤리심판원이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및 그 직에 있었던 당원 등의 징계를 담당하도록 했다. 

    징계 사유에는 당의 품위를 훼손하는 경우와 윤리규범에 규정된 규율 위반을 적시했다. 윤리규범은 당원으로서 사회 상규에 어긋난 행동을 해 당의 품위를 훼손하지 말도록 했다.

    야당은 민주당의 '제 식구 감싸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보는 김경수는 안희정·오거돈과 같은 범죄자가 아니라 한명숙과 같이 탄압받는 애틋한 존재"라며 "내 편에게만 적용되는 민주당식 감성"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댓글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할 수 있는 중범죄로 성추행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원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4개월 뒤 한 전 총리를 만나 "결백을 믿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추어 정치적인 거취를 결단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한 전 총리는 자진 탈당했다. 

    안희정·오거돈은 의혹 나온 당일 제명 결정

    김 전 지사를 대상으로 한 민주당의 태도는 문재인정부 들어 낙마한 다른 광역자치단체장 사례와도 배치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2018년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피해자의 미투 폭로 1시간 만에 제명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4월23일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며 시장 직에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같은 날 제명하기로 결정하고, 나흘 뒤 윤리심판원에서 제명을 확정했다. 제명은 당적을 박탈하는 것으로 정당에서 당원에게 가할 수 있는 최고 수위 징계다.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22일 통화에서 "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징계에 착수하는 순간 대통령까지 공격받을 수 있다"며 "오히려 안희정과 오거돈이 아니라 김경수라서 징계를 못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도 "민주당은 판결에 나타난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