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방송 제대로 하겠다"… KBS 이사회, 2500원→ 3800원 '52% 파격 인상안' 통과"수신료 인상안에 반대" 국민여론 76%… 방통위→ 국회 과방위→ 본회의 통과 남아
  • ▲ 양승동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열린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BS이사회는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지난달 30일 의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승동 KBS 사장, 임병걸 KBS 부사장, 김상근 KBS 이사장이 참석했다. ⓒ강민석 기자
    ▲ 양승동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열린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BS이사회는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지난달 30일 의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승동 KBS 사장, 임병걸 KBS 부사장, 김상근 KBS 이사장이 참석했다. ⓒ강민석 기자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KBS가 무려 52%에 달하는 파격적인 인상률을 담은 수신료 인상안을 밀어붙여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책무를 다하기 위해선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회를 포함한 국민 대다수가 인상안에 반대하고 있어 KBS의 바람대로 수신료 인상이 현실화 되기는 어려울 것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 1월 28~31일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가 전국 만 18살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수신료 인상안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7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6.7%).

    양승동 "공영방송 공적 책무 위해 수신료 인상 불가피"


    지난달 30일 정기이사회에서 수신료를 월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켜 40년간 2500원에 묶여있던 수신료의 '봉인'을 해제한 KBS는 1일 양승동 사장을 전면에 내세워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등 국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여의도 KBS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양 사장은 "KBS TV 수신료 조정안을 통과시킨 건, 수신료 인상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등 다양한 재난재해를 겪으며 공영방송의 공적 정보 전달 기능이 중요해졌고,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확장으로 방송의 공적 가치가 위협받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KBS가 공영방송으로 출범한 지 48년 되는 해로 KBS의 미래와 공영방송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답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한 양 사장은 '공정한 뉴스'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재난방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며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양 사장의 발언을 접한 시청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재난방송에 충실하기 위함이라며 이렇다 할 체질 개선도 없이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였으나, 정작 양 사장의 약속과 다짐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7월 23일 부산에서 시간당 8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시민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KBS가 정규방송을 그대로 내보냈던 사례처럼 재난방송에 소홀했던 KBS 경영진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수신료 올려 재난방송 제대로 하겠다는 약속 믿기 힘들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신료 인상 철회와 자율납부 전환'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홍세욱 변호사는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40조에 따라 재난 발생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재난방송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우로 피해가 급증하고 있을 때에도 전달력이 떨어지는 자막방송에 그쳐왔다"며 "KBS가 '국가 재난방송 거점 역할 확립'을 수신료 인상의 근거로 내세우고 싶다면, 수신료가 낮아서 지난해 부산에서 재난방송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변호사는 "국민에게 강제 징수한 재원으로 1000명이 넘는 무보직자의 인건비는 지출하고 있지만 재난방송을 할 여력은 없는 재난주관방송사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며 "당시 '부산에서는 수신료를 받지 말라'는 항의가 빗발쳤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승동 KBS 사장은 KBS 수신료 현실화(인상)를 두고 오랜 숙원이자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밝혔는데, 보지도 않는 KBS 수신료를 강제 납부하고 있는 국민의 오랜 숙원은 'KBS 방송을 수신한 경우에만 KBS 수신료를 납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만경영·편향보도 KBS가 수신료 인상? 소가 웃을 일"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KBS의 수신료 인상 강행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KBS는 국민의 분노가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수신료 인상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방통위에도 수신료 인상안을 반려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국민 76%가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는데, KBS가 수신료 인상의 근거로 삼는 자체 공론조사는 '표본의 편파성'' '설문의 편향성' 등의 지적을 받고 있어 이 또한 여론조작의 의혹을 받고 있다"며 "이런 의혹이 많은 자체 공론조사에서 조차 'KBS뉴스가 공정하지 못하다', 'KBS 경영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다'는 답변이 70%를 넘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내곡동 생태탕, 페레가모 구두' 등 사실상 여당의 선거운동원이 돼 편향적인 방송을 일삼던 KBS를 국민들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수신료 인상을 강행했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라고 개탄한 이들은 "더구나 양승동 사장은 KBS가 이번 수신료 조정안이 국민 참여로 설계되고 완성된 결과임을 강조했다고 하니, 정말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꼬았다.

    與 의원도 "국민 감정과 동떨어진 '수신료 인상' 철회해야" 주장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KBS 이사회가 수신료를 3800원대로 올리는 조정안을 최종 의결한 것은 KBS 프로그램의 부실함과 편파성에 실망한 대다수 TV시청자 입장을 무시한 크게 잘못된 행태"라며 "소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마땅히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KBS가 경영합리화 등 자구책 없이 임직원들의 고소득을 위해  국민들로부터 준조세인 시청료를 올려 받으려고 하는 것은, 국민의 땀과 피를 짜는 부도덕한 행위일 뿐 아니라 KBS마저 국민들을 가재·붕어·개구리로 보는 것"이라며 "국민이 KBS에 바라는 것은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공영방송답게 품격 있고 알찬 프로그램의 제작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국민신뢰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과방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KBS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KBS는 조정안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결국 인상안이다. 국민적 감정과 동떨어진 모습"이라며 "KBS는 수신료 인상 추진을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KBS가 경영혁신과 자구적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체감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며 "공영방송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KBS 이사회에서 통과한 수신료 인상안은 이달 초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방통위가 접수일로부터 60일 내 검토 의견서를 붙여 국회로 넘기고, 국회 과방위가 이를 통과시키면 본회의 표결을 통해 수신료 인상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