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빌·멀린다게이츠재단, 웰컴트러스트, 노르웨이 등 다국적 컨소시엄 설립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총 9개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 개발 지원전문가들 "진작부터 가입 촉구… 일찍 했으면 정보도 얻고 백신도 먼저 받았을 것"
  • ▲ 화이자 백신 접종 첫날인 지난 2월 27일 서울 중구 중앙접종예방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 소분 준비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화이자 백신 접종 첫날인 지난 2월 27일 서울 중구 중앙접종예방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 소분 준비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불과 1년 만에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특유의 추진력, 막대한 자금 지원, 기술 발전에 따른 데이터 작업 효율화 등이 꼽힌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되면서 임상 참여자를 쉽게 모을 수 있었던 것도 기존 백신 개발 과정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또 한 가지 새로웠던 모습은 이번 코로나 백신 개발이 국가 간 또는 민관 협조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협조를 담당하는 국제기구들의 존재감이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대표적 기구가 바로 '감염병혁신연합(CEPI, 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이다. 

    2017년 설립 당시 빌·멀린다게이츠재단·웰컴트러스트·노르웨이·일본·독일 등 국가 컨소시엄이 4억6000만 달러를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이후 유럽연합(2019)과 영국(2020)이 가입했다. 지난해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총 9개의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 개발을 지원했다. CEPI 과학자문위원회에는 화이자·존슨앤드존슨, 일본 다케다제약 등의 경영진이 참여한다.

    백신개발 국제연대 'CEPI'에 지난해 11월에야 가입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에야 이 기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24일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코로나19 등 감염병 백신 개발 지원을 선도하고 있는 '감염병혁신연합(CEPI)'에 올해 신규로 300만 달러(약 33억5000만원)를 기여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300만 달러씩 기여하기로 했다는 발표였다. 

    이는 우리 정부가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연대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의 장기적 안목이 부족했다는 점을 '늑장참여'의 이유로 꼽는다.

    "진작 CEPI 가입해 백신 공동개발했어야"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CEPI에 참여할 것을 정부에 계속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김 교수는 22일 통화에서 "CEPI에 참여하는 것이 규모를 키우고, 규모가 있어야 백신이 개발된다. 백신이 100억이나 200억 정도로는 개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라며 "CEPI에 돈을 투입해 백신 개발을 공동으로 하면 백신을 개발했을 때 배정에 우선순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CEPI에 참여함으로써 백신 개발 노하우를 얻고 국제 동향도 살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김 교수는 "백신 개발을 몇 개 나라 몇 개 제약사에서 다 잡고 있어서, CEPI에 들어가는 것이 개발 노하우나 공급 우선순위를 얻기 위한 현명한 전략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는 코로나가 터지고 난 다음에도 뒤늦게 CEPI에 참여했는데, 그 전부터 제가 줄곧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CEPI 가입 효과… SK바이오사이언스, 최대 300억 지원받기로

    늦기는 했지만 CEPI에 참여한 데 따른 효과도 나타났다. 지난달 11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CEPI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지원받는 연구개발비 규모는 최대 1420만 달러(약 160억원)에 이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 코로나 백신 'GBP510'의 공정을 상업생산 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공정개발비도 추가로 지원받았다. 지원 규모는 최대 1250만 US달러(약 141억원)에 이른다.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