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판단황교안·박성재 구속영장 기각때도 같은 이유로 기각특검의 무리한 영장 청구 도마…인권 훼손 비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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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발생한 '12·3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의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 ▲ 국회의 12·3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영장이 기각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등 인민 재판식으로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내란 특검의 행위가 줄줄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와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추천을 받아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조은석 특검이 국민의힘에 '내란 정당' 프레임을 덧씌우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기각…與 '내란몰이' 제동 걸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3시부터 9시간 동안 추 전 원내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결과, 이날 오전 4시50분쯤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구치소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 기다리던 추 전 원내대표는 곧바로 석방됐다.앞서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에 동조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추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억수 내란 특검보와 파견검사 6명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의견서(618쪽), PPT(304쪽) 및 별첨자료(133쪽) 등 751쪽 분량의 자료로 추 전 원내대표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추 의원 측도 120장 분량의 PPT를 준비해 계엄 해제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취지로 맞섰다.
양측은 각각 3시간30분 가량 각자의 주장을 펼친 뒤 오후 11시쯤부터는 추가 의견 진술을 하면서 팽팽하게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장판사는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위법성 인식을 하지 못했다고 하자 이에 대해 자세히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추 전 원내대표는 직접 발언권을 얻어 "당시 상황에서 미숙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의혹과 관련된 일을 하진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결국 법원이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내란 특검 수사의 핵심 갈래인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수사는 유의미한 소득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이 야당을 위헌정당으로 엮으려는 정무적 판단에 급급해 뚜렷한 증거도 없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 ▲ 황교안 전 국무총리(왼쪽)와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오른쪽). ⓒ뉴데일리DB
◆인민재판식 '내란몰이' 특검 수사 법원에 줄제동
앞서 지난달 13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구속영장 기각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황 전 총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영장 기각 판정을 내리면서 다툼의 여지 자체가 없어 보일 정도로 명확했다.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고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에 대해서도 소명이 부족하다"며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것이다.내란 특검이 황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선동 및 공무집행 방해, 내란특검법위반(수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청구 사유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황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지난해 12월 3일 페이스북에 계엄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려 내란 선전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특검은 이런 행위가 다분히 '내란 선동'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법조계에서는 특검의 이런 판단이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내란 동조라는 프레임 속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자체가 매몰될 수 있다는 얘기다.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영장 기각도 큰 틀에서 비슷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종전 구속영장 기각결정 이후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를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또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및 수사 진행 경과, 일정한 주거와 가족관계, 경력 등을 고려하면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및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 등을 지시하는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특검팀은 지난달 9일 박 전 장관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 정도 등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특검팀은 추가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벌이며 '위법성 인식' 입증을 보강하는 데 주력했지만 두번째 영장도 기각된 것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원론적 비판을 넘어 국민의 인권이 걸려 있는 인신 구속에 대한 판단이 '내란'이라는 프레임에 갖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인사는 "특검이 '구속이 곧 성과'라는 기존 수사 관행과 조급증에 빠지면서 국민의 피로감이 갈수록 누적되고 있다"며 "게다가 특검의 영장이 기각될 때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판사들을 공격하는 여권의 반법치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