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도 보고, 아카데미 시상식도 참석… 일석이조 '미국행' 지난 13일 LA로 출국‥ 열흘간 자가격리 후 오스카 시상식 참석
  • 한국 국적 배우 중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OSCAR)'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75·사진)이 역사적인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행 비행기에 올랐다.

    14일 윤여정의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는 "배우 윤여정은 아카데미 측으로부터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 자격으로 공식 초청받았다"며 "미국 현지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어제(13일) LA행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윤여정의 출국 소식을 밝혔다.

    이어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결정한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용히 출국하게 된 점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린다면서 수상 때마다 기쁨을 함께 해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시각으로 오는 26일 오전 미국 LA 유니언 스테이션(Union Station)과 할리우드 돌비 극장(Dolby Theatre)에서 이원 생중계되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The 93th Academy Awards)'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된다. 

    그러나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각 부문 후보들에게 시상식 참석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상자들의 소감을 직접 영상으로 중계하기 위해서다.

    LA 카운티 방역지침에 따르면 해외 입국자는 10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이미 드라마(파친코) 촬영차 캐나다를 다녀오느라,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했던 윤여정은 불과 2주 만에 미국으로 건너가 또다시 열흘간 자가격리를 하는 강행군을 펼치게 됐다. 

    귀국 후 다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이상 외부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윤여정이 미국행을 결심한 이유는 LA에 거주하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일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美 작품에 연달아 출연… 한 번이라도 두 아들 더 보려고"

    윤여정은 지난 2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제작진이 만든 '미나리'에 이어 애플TV의 미국 드라마 '파친코'까지, 연달아 미국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가 미국에 사는 두 아들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왜 자꾸 미국으로 돌아오는지, 왜 해외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지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아마도 제 아들들이 재미교포이고,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고 한 번이라도 더 그 애들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미국은 젊은 날 윤여정에게 상처만 가득 안겨준 곳이었다. 배우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한 그는 모든 부귀영화를 뒤로 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13년간 연기와 동떨어진 삶을 살던 윤여정은 조영남과 이혼한 뒤 두 아들만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혼녀'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잊혀진 배우'에게 당시만 해도 보수적이었던 한국은 쉽게 일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두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얻으려고 노력했다는 그는 "그렇게 20년 전 스타로 활동했을 때의 자존심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지내다보니, 그때부터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윤여정은 현지 배급사인 A24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터뷰에서도 아들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두 아들 때문에 여기까지 왔고, 진정한 배우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21살 때 영화 '화녀'를 통해 큰 명성을 얻었지만 이혼 후 '싱글맘'이 되고 나서부터는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맡았다"며 "이게 바로 제가 지금과 같은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다. 모든 게 두 아들 덕분"이라고 추어올렸다.

    美 버라이어티 "윤여정,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 높아"

    이미 종심(從心)을 넘어선 관록의 배우를 오스카행 열차에 태운 영화 '미나리'는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배우들의 환상적 연기 호흡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미나리'는 내용면에서 지극히 한국적 색채를 띠고 있으나, 사실은 미국 제작사가 만들고 미국 감독(리 아이작 정)이 연출한 미국 영화다.

    윤여정이 후보에 오른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에 걸쳐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미나리'는 현지에서 '연기상' 혹은 '작품상' 수상이 유력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아카데미 수상 결과를 전망한 기사에서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수상자 1위로 예측하기도 했다.

    '미나리'가 할리우드 영화들과 경쟁을 벌이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월 25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