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뒤 인화물질 뿌리고 불 지른 듯…사찰 내부 갈등으로 인한 범행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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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오후 6시 30분께 전북 정읍 내장산국립공원 내 사찰인 내장사의 대웅전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불타고 있는 내장산 대웅전의 모습이다. ⓒ뉴시스
백제시대에 창건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북 정읍 내장사의 대웅전이 50대 승려의 방화로 또다시 전소됐다.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6시 37분께 내장사 대웅전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화재를 신고한 스님 7~8명은 급히 소화기 등을 들고 초기 진압에 나섰으나 이미 불이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상태였다.소방당국은 신고 18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으나 대웅전 전체에 불이 휘감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목조 건물의 특성상 전소 후 진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65.84㎡ 크기의 대웅전이 전소됐다.현장에는 소방관, 경찰관, 한국전력 직원 등 85명의 인력이 투입돼 진화에 나섰다. 탱크차와 펌프차 등 소방장비 21대도 동원됐다. 불길이 워낙 컸을 뿐만 아니라 대웅전 자체를 내장산 산세가 감싸고 있어 산으로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7시 53분께 초진을 완료하고 오후 9시 10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내장사 대웅전은 지난 2012년 10월에도 난방기 누전 화재로 전소됐다. 이번에 불에 탄 대웅전은 35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5년 7월 다시 복원한 건물이다.다른 승려들과 갈등 빚다 술 먹고 홧김에 불 질러경찰은 현장에 있던 승려 A(53)씨를 '현주 건조물 방화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이날 오후 6시 30분께 내장사 대웅전에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 당시 A씨는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경찰 조사 결과 A씨는 3개월 전 수행을 위해 내장사로 들어온 뒤 다른 승려들과 갈등을 빚다 다툼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화가 나서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피의자를 검거해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조계종 "출가수행자의 도의를 저버린 행위, 최고 수위 징계할 것"한편 이번 화재 사건에 대해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종단 소속 승려가 대웅전에 고의로 불을 지른 행위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출가수행자로서 최소한의 도의마저 저버린 행위"라며 "반드시 종단 내부 규율인 종헌종법에서 정한 최고 수위의 징계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방화사건 발생 원인과 배경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 사찰 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면밀히 살피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