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에게 당했다"던 폭로자 2명, 중학생 시절 후배들 괴롭혀 '중징계'폭로 신뢰성 의심받자 "20명 있는 숙소서 기성용에게 당했다" 2차 폭로기성용 "C씨 부친은 축구계 고위직 인사‥ 초등학생이 어떻게 그런 짓을"
-
11년간의 유럽 빅리그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FC서울과 계약한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 기성용(32)이 초등학생 시절 후배들을 '성추행'했다는 충격적인 의혹에 휘말렸다.
- ▲ '하나원큐 K리그1 2021' 전북현대모터스와 FC 서울의 경기가 열린 지난달 27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FC 서울 기성용 선수가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했다는 C씨와 D씨는 지난달 24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2000년 1월부터 6월까지 학교 축구부 선배였던 A선수와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축구계 발칵 뒤집어놓은 '기성용 성폭력설', 하루 만에 '大반전'
이들은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성폭력 가해자가 '최근 수도권 모 명문구단에 입단한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라고 언급해 사실상 지난해 K리그로 복귀한 기성용이 가해자 중 한 명임을 암시했다.
논란이 일자 기성용은 "악성루머로 가족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법적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런데 '성폭력 피해자'를 자처했던 C씨와 D씨가 거꾸로 중학생 시절 후배들에게 자위행위 등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C씨·D씨와 광양제철중학교 축구부 동기'라는 제보자는 지난달 25일 "C씨와 D씨가 후배들에게 강제로 자위행위와 성행위를 강요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D씨는 이 일로 학교에서 쫓겨나 브라질로 유학을 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기성용 선수를 고발하셨던데, 본인이 했던 쓰레기짓을 (본인이) 당했다고 하니까 너무 기가차다"며 C씨와 D씨가 성폭행 가해자이고, 자신을 비롯한 친구들이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기성용 "여론몰이하지 말고, 증거가 있으면 빨리 공개하길"
C씨와 D씨의 과거 탈선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자연히 기성용을 겨냥한 폭로의 '신뢰성'에도 금이 가게 됐다.
하룻새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둔갑한 폭로자들이 침묵을 지키자 기성용이 공세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27일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전 뒤 기자회견을 자청해 "증거가 있으면 빨리 증거를 내놓기를 바란다"며 "왜 증거를 얘기 안 하고 딴소리로 여론몰이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씨와 D씨가 주장한 내용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며 자신은 절대로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성추행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기성용이 엄포를 놓자, 며칠간 침묵을 지켜오던 법률대리인도 말문을 열었다.
박지훈 변호사는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며 조만간 증거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2차 폭로'를 예고했다.
그런데 박 변호사는 지난 1일 밤늦게 보도자료를 배포해 "증거 자료는 기성용 선수 및 그의 변호사만 볼 수 있도록 수사기관 및 법원에 제출토록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박 변호사는 "증거자료에는 기성용 선수나 피해자들 이외에도 다른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면서 "그분들의 인격권 보호를 위한 측면에서라도 증거자료를 일반에 공개하기 어려운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입장을 선회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기성용이 조속히 자신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C씨와 D씨가 주장하고 있는 성폭력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피해자들이 고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성용이 먼저 고소하면 법정에서 증거 일체를 공개해 범죄사실을 입증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C씨 "싫다고 하면 폭행해 어쩔 수 없이 유사성행위 응해"
한편, C씨와 D씨는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기자와 따로 만나 좀 더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이들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0년 1~6월경 기성용과 B씨가 최소 10회 이상 유사성행위를 자신들에게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1월쯤 D와 같이 불려 간 날을 잊을 수 없다"며 "20여명이 같이 자는 축구부 단체 숙소에 그들이 사물함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있었고, 숙소에 다른 부원들도 여러 명 있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C씨는 "마침 구단 관계자였던 아버지가 해외 전지훈련을 간 날이라 '아버지가 탄 비행기가 추락할까 봐 걱정된다'고 울었더니, 다른 선배가 그럼 오늘은 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래서 혼자만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C씨는 싫다고 표현하면 폭행이나 괴롭힘을 당했고, D씨는 집 사정이 어려운 데다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해 빠져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2004년 중학교 시절 자신들이 후배들을 폭행했다는 의혹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사과드린다"며 "찾아가서 직접 사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가 가해자라고 해서 2000년에 당한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며 "어느 쪽이든 가해자는 그에 마땅한 벌을 받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C씨는 "(기성용의)성폭력은 숙소에 다른 선수들도 있던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목격자나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성용 "C씨 부친은 축구계 고위직 인사‥ 내가 왜 건드리겠냐"
C씨와 D씨의 추가 폭로에 대해 기성용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5~6학년 사이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며 "동계전지훈련 기간부터 그런 일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이 기간은 새벽부터 시작해 지옥 같은 스케줄이 끝나면 녹초가 됐다"고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이어 "나는 밤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었고, 감독님의 눈을 피해 그런 충격적인 가혹 행위가 발생할 환경도 안 됐다"며 "이를 입증할 증거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여러 명의 선후배가 모인 장소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말이 안 나올 수 있었겠느냐"며 "C씨 아버지는 축구업계 높은 지위에 있어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초등학생인 나에게는 그런 배경이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어떻게 그 친구를 골라서 건드렸겠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이들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완전한 음해"라고 강조한 기성용은 "첫 폭로 이후 C씨의 태도에서 불순한 목적이 있다고 느꼈다. 착실히 반박 증거를 모아 법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