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KBS '열린음악회'에 'Song to the moon' 방송… KBS노조 "'文 생일 축하송' 아닌지, 합리적 의심 들어"
  • 지난달 24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뜬금없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님과 국무회의에서 정책을 논하던 그 시간이 그립다"며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의 69번째 생일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 전 장관이 "오늘은 문 대통령님의 생신"이라며 "많이 많이 축하드린다"는 글을 올리자, 박 전 장관과 경쟁하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질쎄라 경축 메시지를 SNS로 보냈다.

    우 의원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다졌던 1월 24일 오늘은 문 대통령님의 69번째 생신, 그때 그 마음으로 생신 축하드린다"며 '문심(文心)잡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박영선·우상호 '경축 메시지' 이어 열린음악회서 '달님 찬가' 방송


    이날 오후 KBS '열린음악회'에선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삽입곡, 'Song to the moon(송 투 더 문 :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이 흘러나왔다. 소프라노 강혜정은 이 곡으로 이날 열린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 그룹, 이른바 문파(文派)에서 'Moon(문)'은 사실상 문 대통령을 가리키는 성스러운 용어로 쓰인다. 'Song to the moon'의 가사도 "하늘의 달님이시여, 당신은 저 멀리까지 빛을 보내고, 온 세상을 거닐며…"처럼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의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진다.

    이 모든 게 단순한 우연일까?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KBS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곡은 2019년 1월 27일에도 열린음악회에서 연주된 바 있다. 1월 27일은 문 대통령의 생일은 아니지만, 매주 일요일 방송되는 열린음악회의 방송일과 대통령의 생일이 가장 가까운 날이었다.

    이를 두고 KBS노동조합에선 "KBS가 주구(走狗) 노릇하는 정도로는 양에 차지 않았는지, '우상숭배'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필 문 대통령 생일에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라니"


    KBS노조는 방송 직후 두 차례에 걸쳐 KBS가 이 곡을 열린음악회의 '엔딩송'으로 내보낸 것을 문제삼았다.

    KBS노조는 "'Moon' 혹은 '달님'이라는 코드가 극렬 정치세력에 의해 오염돼 있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게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에 엔딩곡으로 'Song to the Moon'을 방송한 것은 공영방송 종사자의 기본 소양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KBS는 2일 "'Song to the Moon'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제를 벗어나는 어떠한 의도도 개입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멈추어 줄 것"을 호소했다.

    KBS는 "제작진이 소프라노 강혜정 씨로부터 전달받은 세 후보 곡 가운데, 전체 편성 길이를 고려해 'Think of me(씽크 오브 미)'와 'Song to the moon'을 최종 선곡한 것"이라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연자의 레퍼토리를 존중, 제작진과의 협의를 통해 선정한 것이지,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제기한 것처럼 '특정한 의도'가 숨어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文 헌정방송'으로 비칠 가능성, 사전에 차단했어야"


    이와 관련, 허성권 KBS노조위원장은 "누군가에게 '대통령 헌정방송'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면, 그럴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제작자의 도리일 것"이라며 "'문파'들이 대통령에게 바치는 노래로 유명한 노래를, 그것도 문재인의 생일에, 엔딩곡으로 방송한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대출 의원은 "'Song to the moon'이 'Song to the 文'이었는지 혼란스럽다"며 "북한 원전 건설 추진에 보조 맞추듯 '평양 KBS'를 개설하려하고, '문비어천가' 논란을 빚는 노래까지 부르는 게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현 주소"라고 개탄했다.

    박 의원은 "KBS가 '북한 퍼주기'와 '문비어천가'를 포기하고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면, 그때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게 순리일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