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 520만 명에 '탈홍콩' 길 열어줘… 중국 “내정간섭” 반발
  • ▲ 지난해 5월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이 BNO여권을 치켜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5월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이 BNO여권을 치켜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국이 홍콩 시민들의 ‘탈출 통로’를 열었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언론들은 ‘중국이 홍콩 시민들의 탈출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BNO 가진 홍콩 시민 장기체류·취업 허용

    영국이 1월3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홍콩의 영국해외시민들(BNO, British National Overseas)에게 5년간의 장기체류 비자를 내주기로 했다고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영국해외시민’이란 영국이 식민지였던 영연방 국가 시민들에게 주는 자격이다. 이들은 비자 없이도 영국에 입국할 수 있다. 영국은 1997년 이전에 태어난 홍콩 시민에게 BNO 여권을 발급했다. BNO 여권이 있어도 영국 체류는 최장 6개월만 가능했고, 취업은 불가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그러나 지난달 29일 BNO 여권을 가진 홍콩 시민들이 신청하면 5년간 장기체류는 물론 취업도 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홍콩의 영국해외시민들이 영국에서 살고, 일하며, 정착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돼 대단히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영국과 홍콩이 소중하게 지켜온 자유와 자치권을 지지해왔다. 영국은 중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홍콩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BNO 여권을 가진 홍콩 시민들은 비자를 신청하면 5년 동안 영국에 거주할 수 있다. 취업 또한 자유다. 5년이 지나면 영국 시민권 신청도 가능하다. 사실상 홍콩 시민들의 ‘헥시트(Hexit·홍콩탈출)’ 수단인 셈이다.

    중국 “내정간섭…BNO 여권 인정 않을 것”

    중국은 당장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영국은 중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홍콩 행정과 중국 내정에 함부로 간섭했다”며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영국을 비난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1월31일부터 BNO 여권을 여행 또는 신분증명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BNO 여권을 가진 홍콩 시민들의 탈출을 어떻게든 막으려 한다. 영국 측에 따르면, 290만 명의 성인과 그 가족 230만 명 등 모두 520만 명이 BNO 여권을 가졌다. 이는 750만 홍콩 인구의 69%에 달한다. 게다가 1997년 이전에 태어난 홍콩 시민은 지금도 BNO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들이 떠나면 중국의 대외 금융·무역·수출 허브로서의 홍콩은 기능을 잃게 된다.

    프랑스 AFP통신은 “홍콩 시민의 탈출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시민들이 출국할 때는 홍콩 여권을 보여주고, 영국에 입국할 때는 BNO 여권을 제출하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영국은 최소한 32만2000여 명의 홍콩 시민이 입국할 것으로 기대한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홍콩 시민들이 오면 영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