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1000명이 집단으로 저항하는 초유의 검란이다. 그러나 여권은 예상했다는 듯, 일정대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정권 핵심부만 공유한다는 ‘윤석열 사용법’이란 것이 있다.
  • 추미애 법무장관이 24일 내린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명령’을 놓고 온통 난리다. 야당은 물론 민주당 일부 의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법조계, 학계, 심지어 검찰 내부에서까지 “추 장관의 조치는 위법하고 부당하다”면서 ‘윤석열 직무정지’를 공개 비판하고 있다. 

    검사 수백명은 다음날인 25일 “괴벨스를 연상시킨다”며 실명으로 저항했다. 검찰의 별이라는 검사장들도 “부당한 조치를 재고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가세했다. 직무정지의 핵심사유가 된 이른바 ‘판사 사찰 보고서’ 작성자인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는 “보고서 작성 및 배포는 직무범위 내의 행위임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평검사부터 고검장까지 검찰 전체가 반발하는 집단 검란이다. 윤석열 총장은 26일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명령 취소 소송을 냈다.

    상황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지만, 여당은 예정대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25일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고, 이튿날인 26일엔 ‘공수처법 개정 절차’를 계획대로 밀고 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법무부는 내주 12월 2일 징계위를 열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7명으로 구성된 이 징계위원회 위원장이 추미애 장관이다. 나머지 6명도 추 장관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상 추미애 위원회인 셈이다. 여기서 나온 결과가 문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당연히 제청을 할 것이고, 윤석열에 대한 징계는 확정될 것이다. 법무부의 외부감찰위원회는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2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이미 징계수위를 정하고 난 뒤에 열리는 뒷북 감찰위원회다. 

    추미애 장관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상황이 이러니 궁금증이 생긴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이 조치가 불러올 역풍을 추미애 장관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어느 정도 오차는 있었겠지만 불어닥칠 역풍을 계산해 놓고, 그 계산에 따라 차근차근 수순대로 밟아가는 것일까?  

    ‘직무정지 명령’ 다음날인 25일 저녁 6시, 국민의힘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누구로부터 확인했다는 말은 드리지 않겠지만 ‘민주당 주요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에 대해 하루 전에 알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는 가운데, 민주당이 국회에서 공수처장을 입맛대로 추천하기 위해 법 개정작업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튿날인 26일엔 “직무정지 발표 사실을 하루 전에 알았다는 민주당 인사는 이낙연 대표와 윤호중 법사위원장으로 파악됐다”는 뉴데일리 단독 보도가 나왔다.

    야당의 기자회견과 뉴데일리 보도가 모두 사실이라면, 아니 둘 중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민주당과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직무정지’를 놓고 최소한 하루 이상의 숙의 시간을 가졌다는 말이 된다. 이 말은 23일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가 이번 ‘직무정지 명령’이 가져올 후폭풍의 강도를 따져봤다는 말이 되며, 동시에 그에 대한 대책 또한 함께 검토했다는 말이 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는 있다. 추미애 장관이 검찰총장 직무정지를 발표한 것은 민주당이 통보를 받았다는 이후인 24일이다. 다음날인 25일과 26일,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사위는 윤석열 총장의 국회 증언을 연이어 무산시켰다. 그날 정청래 의원은 “윤석열에게 승산이 없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하는 것은 내주 수요일인 12월 2일이다. 일련의 움직임은 ‘후폭풍을 감당해 낼 수 있다’는 결론이 없었다면, 내딛기 힘든 걸음이다.

    때리면 때릴수록 커진다는데… 정말 그럴까?

    ‘피해자 윤석열’의 입장이 부각되면서 윤 총장은 일약 야권의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11월 7~9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지지율은 24.7%로, 오차범위 내에서 1위를 기록했다. 11월 15~16일 아시아경제-윈지코리아컨설팅의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이재명 42.6% vs 윤석열 41.9%’, ‘이낙연 42.3% vs 윤석열 42.5%’로 박빙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총장은 굳이 대권도전 운운할 필요가 없다. 그냥 맞으면서 버티기만 하면 된다. 피해자의 모습은 더욱 부각될 것이고, 약자에 성원하는 국민 여론은 더욱 달아오를 것이다. 윤석열은 정권이 때리는 대로 맞아주다가 ‘검찰총장 부당 해임’이 확정될 때 쯤  “이 세상에 운명이란 것이 있는가 보다” 하는 정도의 말만 탄식처럼 해주면 된다. 그러면 오만데서 ‘정치꾼’들이 들러붙어 그를 옹립하려고 애쓸 것이다. 그러면서 그 틈에 자기들의 이익을 챙겨가려고 힘쓸 것이다.

    그러나 그럴까?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것이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총장의 기억이다. 그들과 비슷하게 윤석열 역시 선거의 경험, 선거 경험이 있는 참모,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조직, 목숨을 걸고 함께 갈 동지가 없다. 봄 날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던 사람들은 소나기 한 방에 씻은 듯 사라지고 말았다. 

    일각에선 윤석열이 진중권이나 금태섭이나 안철수와 손을 잡고 신당을 만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쪽 모두에 식상한 여론이 환호할 것이라는 말도 한다. 그러나 그럴까? 진중권이 선을 긋고, 안철수가 철수하고, 금태섭이 망설이면 윤석열은 설 곳이 없어진다. 그 모든 난관을 무릅쓰고, 어떠한 역경을 딛고서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정권을 잡고야 말겠다는 지독한 ‘권력 의지’가 그에게는 없어 보인다.

    ‘윤석열, 6개월만 더 버텨라’... 정권 수뇌부의 속마음

    문재인 정권 핵심부는 그래서 웃는다고 한다. 윤석열이 커질수록, 오래 버틸수록, 야당이 환호할수록 더 좋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핍박받을수록 야권의 민심은 그에게 집중될 것이고, 윤석열이 존재하는 한 국민의힘은 그를 의식할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이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한 국민의힘은 새로운 주자를 발굴하는데 애를 먹게 될 것이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면 서울-부산 시장선거가 끝난다. 그때는 이미 대권 레이스가 가동된 이후다. 그래서 윤석열이 6개월은 버텨줘야 한다, 최소 6개월은 더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힘이 새로운 대권주자를 발굴하지 못할 것이다. 이게 문재인 정권 핵심부만 공유한다는 이른바 ‘윤석열 사용법’이다.

    추미애 장관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을 들어가면서까지, 윤석열 총장을 몰아붙이고 있다. 판사 출신인 그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법사위원장에 4선인 윤호중 의원이 몰랐을 리도 없고,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대표가 몰랐을 리도 없다. 무엇보다도 청와대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윤석열 총장을 혹독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오히려 추미애 장관과의 갈등을 묵인하며 부추기는 모양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윤석열 사용법’은 실제 존재하고 있다.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이 시나리오는 정말로 실재하는 것이며, 여권은 그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야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윤석열은 억울하다. 그리고 여론은 약자를 응원한다. 로빈후드가 그랬고, 홍길동이 그랬다. 국민들도 윤석열에 열광하며 그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조명이 비치는 동안에는, 새로운 주자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윤석열 안개’가 사라지게 되면 여권이 원하는 ‘20년 장기집권’의 길이 열린다. 이것이 정권 핵심부만 공유한다는 ‘윤석열 사용법’이다. 그들이 ‘천기’라 부르며 쉬쉬한다는 이 시나리오의 존재를 알든 모르든, 유권자들은 거기에 적혀있는 대로 행동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씩, 차근차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