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前법조팀장 "이동재,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 채널A 법조팀장이 "이 전 기자가 함정에 빠진 것 같다"며 당황하고 불안해했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이 한동훈 검사장과 자신이 공모한 검언(檢言)유착 사건이 아닌, MBC와 '제보자X' 지모씨, 여권 인사 등이 자신에게 함정을 판 권언(權言)유착 사건이라고 하는 이 전 기자의 주장과 일치하는 증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19일 이 전 기자와 백모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속행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채널A 법조팀장이었던 배모 기자가 검찰측 증인으로 나와 증인석에 섰다. 배 기자는 이날 "이동재가 몹시 당황한 목소리로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이 전 기자측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이 전 기자가) 너무 당황하고 굉장히 힘들어하며 불안해하는 상황이었다"면서 "타사의 취재기자라던지 성명불상의 누군가가 이 전 기자를 함정에 빠뜨리고, 그와 접촉해 불리한 장면을 담느나던가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배 기자는 그러면서 "(이 전 기자가) 함정에 빠졌다고 했는데, 팀장으로서 지휘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함정에서 꺼내주지 못한 상황에 참담하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배 기자는 또 이 전 기자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신라젠 관련 취재가 제기된 의혹 수준에서 시작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검찰측은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서 검찰 수사내용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 등과 공모해 이 전 대표에 대한 협박성 취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 기자는 "제기된 의혹 수준에서 이동재가 취재 시작했을 것이며, 특별한 것을 가지고 취재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담 수사팀이 꾸려지면 법조기자 입장에서 검찰 수사가 과도하고 이뤄질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통상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배 기자에 이어 증인석에 선 전 채널A 사회부장 홍씨 역시 이 전 기자의 편지내용에 대해 '굳이 검찰이 아니라 외부 취재로도 알수있는 정보들'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다만 홍 기자는 '이 전 기자가 검찰 관계자와의 대화 녹취록을 작성해서 보여준 것은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본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회사 휴게실에서 이 전 기자를 질책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홍 기자는 "제가 아끼는 기자 두명이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게 고통스럽다"면서 "저 기자들이 누구를 해하기 위해 편지를 쓰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익을 위해서 취재하던 기자였고, 사익을 위해 그런 편지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한편 이 전 기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감 중인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유 이사장 등의 비위를 털어놓으라며 협박성 취재를 하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강요미수)로 구속기소됐다. 이 전 기자 측은 이번 사건이 검언유착이 아닌 이 전 대표와 지씨, MBC, 여권인사들이 공모해 자신과 한 검사장에게 함정취재를 한 권언유착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