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위기, 글로벌 불확실성 여전히 높은데… 수석보좌관회의서 또 낙관
  • ▲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 성공을 이어가고, 4분기에도 경제반등 추세를 이어나간다면 내년 상반기부터 우리 경제는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또 회의에서 3분기 경제 실적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경기전망은 달랐다.

    문재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경기 회복 속도”

    2일 오후 2시부터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가 그동안의 어려움을 딛고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플러스로 전환된 것은 우리 경제가 급격한 위축국면에서 벗어나 확연한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생산·소비·투자 모두 동반상승했다. 10월 들어 소비심리지수와 기업경기지수 모두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며 “이는 11년6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으로, 경제 회복의 속도가 높아질 것을 예고하는 청신호”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실적도 자랑의 대상이었다. 문 대통령은 “조업일수가 줄어 월간 총 수출액은 소폭 감소했지만 일평균 수출액이 코로나 유행 이전인 1월 이후 9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등했고, 13개월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우리 경제를 조기에 반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높여주는 실적”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우한코로나 때문에 다시 봉쇄조치를 하는 점을 언급한 뒤 “방역의 성공을 이어가고, 4분기에도 경제 반등의 추세를 이어나간다면 내년 상반기 우리 경제는 코로나 충격을 만회하고 정상 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방역 모범국가에 이어 경제 모범국가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또 나온 ‘위기에 강한 나라’와 뜬금없는 ‘반일’

    지난 10월28일 문 대통령이 ‘556조원 예산’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놓은 ‘위기에 강한 나라’라는 표현도 이날 다시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 대한민국’의 진면목이 재발견됐고, 최근 세계적인 코로나 2차 대유행 속에서 그 진면목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기적 같은 선방을 하게 된 것은 제조업강국의 튼튼한 기반 위에 우리 제조업체의 활발한 생산과 수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근거는 10월 수출실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와 자동차 ‘일평균 수출액’이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고, 25개월 만에 미국·중국·EU·아세안을 대상으로 한 ‘일평균 수출액’이 수입액을 넘어섰으며, 바이오·헬스분야는 10월까지의 수출실적이 사상 첫 연 100억 달러(약 11조3420억원)를 돌파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3분기 벤처투자 액수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것을 두고 “제조강국으로 도약하는 든든한 밑거름이자 우리 경제에 변함없는 희망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 서울 명동에서도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 명동에서도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국산화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제조강국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았듯이, 이번 코로나 경제위기를 교훈 삼아 우리 제조업을 한층 고도화하고 경쟁력을 더 높이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기둥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이 제조업 혁신을 더욱 촉진시켜 제조강국의 위상을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작 문대통령은 국민들이 기다리던 부동산대책이나 금융투자자들이 고대하던 ‘3억원 이상 지분 소유 시 대주주’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10월 재계서 발표한 4분기 경제전망 아직 어두워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방역정책을 자화자찬했지만 재계의 전망은 달랐다. 특히 자영업자·영세소상공인과 관련이 깊은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은 좋지 않았다. 

    지난 10월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10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의 4분기 전망은 각각 61과 54였다. RBSI는 100을 평균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호전, 미만은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100을 넘긴 업종은 온라인·홈쇼핑 업종(108)뿐이었다. 백화점업계는 96이었다.

    대형 제조업체들의 경우도 지난 2분기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는 보지는 않았다. 

    지난 10월27일 한국경제연구원이 6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11월 전망은 10월보다 14.9p 상승한 99.5였다. 연구원 측은 “BSI 전망이 올해 4월 최저점을 기록한 뒤 7개월 만에 100에 근접했다”면서도 “다만 코로나에 따른 경제위기와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회복세가 지속할지는 미지수”라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분야별 지수는 내수 98.9, 수출 91.0, 투자 90.4, 자금 97.9, 고용 92.3, 채산성 98.7, 재고 99.5 등으로 모두 기준선인 100미만이었다. 

    내수의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덕분에 전월 대비 9.3p 상승했지만, 수출은 코로나 확산세 지속 등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해 0.8p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연구원은 “투자와 고용부문에서도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고 지적했다. “90.4인 투자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저를 기록했고, 고용 92.3은 1995년 89.0을 기록한 이후 25년 만에 최저치”라며 “지속하는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와 향후 경기 불확실성까지 겹쳐 기업들이 신규 투자와 채용을 미루기 때문에 투자·고용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