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는 법안 자꾸 늘어나" 우려 전달… "의견 반영" "걱정 말라" 원론적 답변만 나와
  • ▲ 22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에 들어가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연합뉴스
    ▲ 22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에 들어가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연합뉴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기업장악 3법'에 따른 재계의 우려를 전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해 여야 대표를 접견했지만, '경제인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원론적 견해만 재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기업장악3법을 밀어붙이는 여권에서 "필요하면 공청회 같은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와 합리적 대안 모색을 포함한 신중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용만 회장, 김종인·이낙연 면담

    박 회장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여권이 추진하는 이른바 기업장악3법과 관련해 이날 오전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먼저 만나 10여 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박 회장은 면담 직후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앞서 경제민주화의 주창자인 김 위원장은 경제정책 좌클릭의 연장선에서 기업장악3법에 호응한 바 있다. 그러나 3법은 반시장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이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3법 찬성은 기업의 경영권 보호 및 경쟁력 강화, 자유시장에 주력해온 국민의힘 내부에도 일대 혼란을 가중시켰다.

    논란이 된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등은 기업정보가 투기꾼에 노출되는 등 경영권을 크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외국 투기자본세력의 '머니게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가격·입찰 등 담합을 행한 기업 고발권을 제한한 '전속고발권 폐지'도 기업 고소·고발 남용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는 것이 재계의 견해다. 기업이 연중 소송에 시달리다 보면 기업활동 제약뿐 아니라 투자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김 위원장은 박 회장과 면담 후 "적절히 다 심의하는 과정 속에서 경제인의 의견을 반영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를 했다"고 원론적 견해를 전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향한 소신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기업장악3법에 우려를 나타내는 당내 목소리와 관련 "정확히 파악하고 인식이 돼서 얘기하는 것인지 일반적으로 밖에서 듣는 이야기를 반영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적으로 말했다.
  • ▲ 2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연합뉴스
    ▲ 2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연합뉴스
    "법안에 기업규제 내용 너무 많아... 조정해야"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히는 윤창현 의원은 통화에서 "전날(21일) 당 정무위원들이 김 위원장을 만나 경제민주화·기업장악3법에 대해 총론적인 이야기를 청취했지만 3법에 대해 위원들 대부분 반대 기류,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공정경제'라는 말로 포장하는데, 용어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 "법안에 기업을 규제하는 무거운 내용이 너무 많아 사실상 폐지가 답이지만, 여권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이상 논의와 조정에 우리 당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도 각론적으로 100%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윤 의원은 덧붙였다.

    기획재정부차관 등을 역임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3법에 긍정하는 이유와 배경을 더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면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기업들의 목소리를 잘 경청해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도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공부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3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박 회장은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면담했다. 박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기업들은 기업대로 생사가 갈리는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며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자꾸 늘어나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경제계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또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는 것을 경제계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해 법안의 후퇴나 철회는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두 사람의 면담은 모두발언 이후 30여 분간 진행됐다.

    다만 대한상의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3법을 폭풍처럼 밀어붙이던 민주당이 '공청회'를 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와 박 회장의 회동 후 "필요하면 공청회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