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200만 원 원심 파기…대법 "무죄 취지""수업방해 학생 훈육…교육적 재량 범위""부적절한 표현 있었지만 정서적 학대는 아냐"
  • ▲ 대법원. ⓒ뉴데일리DB
    ▲ 대법원. ⓒ뉴데일리DB
    학생을 향해 "사기꾼" "거짓말하는 아이가 되지 말라" 등의 발언을 해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초등학교 교사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소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더라도 교육적 목적의 훈육 범위를 벗어난 정서적 학대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6월 체육 수행평가 도중 한 학생이 일부 평가 항목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항의하자 자신의 기억과 다른 학생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해당 학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학생이 수업 시간에도 큰 소리로 항의를 이어가자 교실 뒤편으로 이동시켜 반성문을 쓰게 했고 이 과정에서 "너 왜 거짓말하냐. 사기꾼" "너희들은 쟤처럼 거짓말하는 아이가 되지 마라" "꼴 보기 싫다"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 등의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같은 날 학부모들에게 전달되는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에도 해당 학생을 지칭해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꾸며 억울하다며 끝까지 우기는 학생이 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또 다음 날 학생의 부친과 통화한 뒤 학생을 연구실로 불러 "너희 부모는 유치원 다닐 때도 난리였지? 아니, 난리를 쳤겠지"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아동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를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발언이 아동의 정서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판단해 벌금 200만 원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수업 시간 발언과 게시 행위의 계기가 된 피해 아동의 행동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과 담임교사의 교권을 침해하는 수업방해 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담임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교육적 조치로 재량권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태도와 아동의 성향 등을 고려하면 해당 발언이 아동의 인격을 직접적으로 비하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짓말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학생을 훈계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A씨의 행위로 인해 학생의 정신건강이나 정서 발달이 저해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학부모와 통화한 뒤 학생에게 한 발언에 대해서도 "학생이 부모에게 수행평가 과정을 사실과 다르게 전달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훈계와 훈육의 교육적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법리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회원 155명으로 구성된 전국교장교감원장원감 좋은교육정책포럼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의 상식적인 판단을 환영한다"며 "국회와 교육부, 교육청, 경찰 등 아동학대 조사기관의 전향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