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안보실장, 청와대서 브리핑… 처벌·대책 빠진 '北 통지문' 그대로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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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남북한 현안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종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25일 청와대가 밝혔다.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김정은의 메시지이지만, 보상이나 관계자 처벌, 향후 구체적 재발방지 대책은 담기지 않아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다.서훈, 北 통지문 그대로 읽어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 북측에서 우리 측에 보내온 통지문 내용을 말씀드리겠다"면서 북측이 보내온 통지문 전문을 발표했다.서 실장은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녕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북한) 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식으로 북측의 일방적 사건 경위 설명을 그대로 읽었다.서 실장이 읽은 통지문에서 북측은 "사건 경위 조사에 의하면, 우리 측 해당 수역 경비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 중에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강녕반도 앞 우리 측 연안의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단속 명령에 함구해 공포탄 쏘자 놀라"북측은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만 하고 불응하기에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실종 공무원)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한다"며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실종 공무원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도 했다"고 전했다.이어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침입자를 향해 사격했으며, 이때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며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북측은 "우리 군인들은 불법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다"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전했다. 22일 밤 불태운 것은 시신이 아니라 부유물이었다는 주장이다.적반하장 北 "대결적 표현에 유감"북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우리는 귀측(남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의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북으로 넘어간 공무원을 처음부터 단속하지 못했다고 우리를 탓한 것이다.서 실장은 북측이 공개한 김정은의 메시지도 글자 그대로 읽었다. 북측은 통지문 말미에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통지문 낭독을 마친 서 실장은 "방금 발표한 통지문은 우리가 북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사항에 대해 신속하게 답신을 보내온 것으로서 사태 발생 경위에 대한 북측의 설명, 우리 국민들에 대한 사과와 유감 표명, 재발방지 내용 등을 담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남북관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그러나 사건 피해자인 고인에 대한 애도나 보상책 마련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유족은 정부의 월북 추정은 말도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이다.서훈 "文-김정은 최근 친서 교환" 남북관계 낙관론서 실장은 또 "참고로 말씀드린다"면서 남북 간 긍정적 분위기 조성과 관련해서도 짧게 설명했다.서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유감스러운 사건이라며 최근 적게나마 쌓아온 남북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에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고, 친서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어려움과 현재 처한 난관들이 극복되면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의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서 실장은 그러나 북측 통지문의 신빙성 여부는 평가하지 않았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측의 오늘 답신으로 어제 우리가 NSC를 거쳐 요구했었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가 다 충족된 것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들은 저희가 계속 검토해 나가겠다"고 즉답을 피했다.靑 "정부의 추가적 조치는 검토할 것"이 관계자는 "지금 저희가 워낙 이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들의 심려를 존중하고 걱정하는 차원에서 빠르게 국민들에게 알려드리고 언론에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필요한 부분과 정부가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와 대책들을 취해야 될지 그런 것들은 저희가 계속 검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이 통지문에 대해서 정부가 아직 어떤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은 예단하지 마시고, 있는 문자 그대로, 그래서 전문을 다 읽어드린 것이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봐주시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결국 북한이 불태운 것이 시신인지 부유물인지 여부와, 우리 국민의 표류 이유가 월북이 맞는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