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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엔 '비핵화 후 종전'이라더니… "先 종전선언" 말 바꾼 文

文, 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서 "종전선언, 비핵화 여는 문"… 미국 뺀 '동북아방역보건협력체'도 제안

입력 2020-09-23 14:58 수정 2020-09-23 16:08

▲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관계와 미·북관계가 장기 교착된 국면에서 북한과 대화 재개를 모색한 것이지만, 비핵화가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먼저 종전선언을 꺼내든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국내외 전문가그룹과 야권에서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화상을 통해 진행된 회의에서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라며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2년 전에는 文 "비핵화 조치→종전선언 기대"

문 대통령은 또한 "방역과 보건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북한을 포함해 중국·일본·몽골·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제안한다"고도 밝혔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제시한 미국 등이 참여한 동북아철도공동체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대북제재 완화로 막히며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을 빼놓고 다자간 방역협력체 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2년 전인 2018년 9월 유엔총회에서는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뒀던 그동안의 원칙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종전선언은 휴전 상태인 6·25전쟁을 종료시켜 상호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공동 의사표명이다.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서 약속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회담을 앞두고 미·북 간 잠정합의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담 결렬 이후 추진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호소에도 미국이나 북한·중국의 호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유엔총회 연설 때마다 북한문제를 꾸준히 거론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시진핑 침묵, 북한도 호응 미지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우리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계속 노력해가야 한다"고 밝히는 등 확고한 선비핵화 견해를 밝혔다.

북한은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대외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협상 테이블 마련을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앞서 북한은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판문점선언 합의 이행과 관련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종전선언 합의의 주체이자 교전당사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가 1년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 프로세스 진전 등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이다.

김근식 "북한 핵 보유 묵인하는 신세 될 수도"

북한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23일 페이스북에서 "종전선언은 북한이 핵 보유국가가 되기 이전에는 비핵화 카드가 될 수 있었지만, 이미 핵 보유국이 돼버린 지금에는 비핵화가 아니라 오히려 핵 보유를 묵인하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며 "북한은 2017년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이미 핵폭탄과 장거리미사일을 확보하고 배치한, 사실상 핵 보유국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핵폭탄을 가진 김정은에게 평화체제의 시그널을 주고 평화공존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그야말로 핵 있는 평화를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제발 과거의 철 지난 레코드판을 틀지 말라. 변화된 현실에는 변화된 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질택했다.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한반도에 종전이 된다면 미군이 더 이상 있을 명분이 있겠나"라며 "그야말로 '미군 떠나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200억원 들어간 개성 연락사무소를 한방에 폭파한 북한 편에 서서 말하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美 전문가 "북한 반인도적 범죄 허용할 건가"

미국의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종전선언을 했다고 치자.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허용하고, 금융과 은행 사기를 그대로 둘 것이냐"고 꼬집었다. 

스탠튼 변호사는 종전선언 실현 가능성과 관련 "절대 이루어질 수 없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미 국익연구센터(CFT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도 관련 기사에 "100000000% 동의한다"고 밝혔다.

참모진 우려에도 종전선언 언급 강행 

문 대통령과 국가안보실 등 청와대 참모진은 유엔총회 연설문에 담을 메시지를 지난달 8·15광복절 이후부터 고민했는데, 참모진 일부는 연설문에 '종전선언'을 넣는 것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유엔총회에서 호소하는 게 맞다고 봤고, 결국 강행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금의 한반도 상황에서 '종전선언'이라는 카드가 얼마나 유용할지 의문이 많다"며 "문재인 정부의 무조건적 구애에도 대북관계는 좋을 게 없다. 북한은 우리 GP에 총격을 가했고 남북 화해의 상징이라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보란 듯이 폭파했다"고 말했다.

野 "무섭기까지 한 북한 집착 이유 뭔가"

윤 대변인은 "종전선언은 가능하지도 않고 아무 의미도 없다"며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남북 간 무력충돌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북한 감싸기에만 급급하다. 무섭기까지 한 이 집착의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남북 화해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모두의 염원이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 없이 결코 평화는 오지 않는다"면서 "공허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 비핵화를 이룰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외교안보특별위원장인 박진 의원 역시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한미동맹을 무력화하며 한반도 평화를 오히려 위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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