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文정부 3년간 북한인권정보센터에 조사 축소 요구… '납치·억류' '핵' 등 민감 문항 삭제
  •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직후 포옹하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직후 포옹하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통일부가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전면 중단시켜 논란이 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간 (사)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 실태조사 축소 요구가 지속됐던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이후 北 인권실태 질문 35개→6개 축소

    통일부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통일부와 NKDB 간 하나원 조사용역 관련 협의(2017~2020)' 자료에 따르면, NKDB가 하나원에 입소한 북한이탈주민에게 시행하는 인권침해 실태조사 설문 항목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2016년 35개였던 설문 항목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2개로 축소됐고, 이후 2018년 8개, 2019년 6개로, 3년 만에 약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설문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핵심내용이 대폭 삭제됐다. 2018년 설문에서는 종교, 마약, 해외파견노동자, 군대, 구금시설, 납치·억류, 사형, 핵·생물·화학무기실험 등 8개 항목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2019년 설문에서는 북한에 민감한 주제인 '해외파견노동자'와 '납치·억류' '핵·생물·화학무기실험' 문항의 삭제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기존 주관식 문항이었던 설문 유형이 객관식으로 변경되는가 하면, 탈북자의 인적정보 문항도 일부 항목을 크게 축소해 작성하도록 하는 등 통일부의 북한 인권조사 축소 요구가 3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구금시설' 문항, 구체적 서술문항에서 '구금 경험 있음/없음'으로

    '구금시설' 문항의 경우 2018년까지는 "구금된 과정과 감옥에서 인권피해 실태를 적어주세요"라고 했던 문항이 2019년에는 "구금시설에 구금된 경험이 있음/없음"으로 답변하도록 변경됐다.

    인적정보도 기존에는 '출생 년/월/일, 최종탈북 년/월/일, 입국 년/월/일, 거주지 전체(도, 시/군, 동/리, 인민반)' 등 자세하게 기입하도록 했지만, 2019년부터는 '출생연도, 최종탈북연도, 입국연도, 거주지 일부(도, 시/군)까지만 작성하도록 문항을 축소했다.

    매월 100여 명의 탈북주민이 입국하는 상황에서 '월 심층조사 대상자' 규모 또한 2016년 18명에서 2017년 10명으로, 올 초에는 30% 줄인 7명으로 추가 감축 요구가 있었다.

    김기현 의원은 북한 인권 실태와 관련해 지난 21년간 가장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NKDB가 통일부의 일방적 통보로 조사활동에서 전면 배제된 것과 관련 "문재인 정부의 굴욕적인 대북 저자세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인권조사 축소 압력을 행사한 것이 확인된 만큼 민간단체의 북한 인권 실태조사 재개는 물론 통일부의 책임있는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1999년부터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해온 비영리 민간단체 NKDB의 조사활동은 지난 3월 통일부의 일방 통보로 전면중단됐다. NKDB가 21년간 탈북민들로부터 파악한 북한 인권침해 사건은 7만8798건, 관련 인물은 4만8822명에 달해 국내에서는 가장 방대한 규모다.

    "통일부, NKDB 북한 인권 실태조사 재개 허용해야"

    NKDB 측은 지난 18일 공식 성명을 통해 "NKDB는 정부와 민간,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기록활동을 병행하고 상호 보완하면서 보다 더 검증되고 신뢰성 높은 기록물을 축적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통일부가 NKDB의 북한 인권 실태조사 재개를 허용하고 정기적인 북한 인권 기록보고서를 발간해 정부와 민간, 국제사회 간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